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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이동욱과 나, <킬러들의 쇼핑몰> 이동욱
이유채 2024-01-17

정체불명, 미스터리, 수수께끼.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진만(이동욱)은 베일에 싸인 남자다. 분명한 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조카 지안(김혜준)은 10년간 단둘이 살았던 진만 삼촌을 안치실에서 마주하고 충격에 빠진다. 뒤늦게 삼촌이 지금껏 아무도 모르게 킬러들을 위한 무기 거래 사이트를 운영해왔단 사실을 안 뒤에는 배신감과 혼란을 느낀다. 진만은 현실엔 없지만 지안의 머릿속에서 살아 숨 쉰다. 갑작스러운 킬러들의 등장 앞에서 지안은 삼촌이 생전에 했던 말들이 일종의 방어법이자 공격법이었다는 걸 깨닫고 그의 가르침대로 대항에 나선다. 배우 이동욱은 표정에서도 행동에서도 속내가 읽히지 않도록 통제된 연기를 펼쳐 정진만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물로 만든다. 특히 시청자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정진만의 포커페이스에서 지난 25년간 실력과 감각을 쌓아온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

- 진만이 두드러지는 캐릭터가 아닌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역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왔다. 비중은 후반으로 갈수록 커진다. 총기 액션도, 삼촌 캐릭터도 지금껏 해보지 않아 끌렸다. 킬러들을 위한 쇼핑몰의 운영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을 나중에 만날 것 같지도 않았다. 시점이 일정치 않아 이야기의 조각조각을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 삼촌과 조카가 끌고 가는 장르물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 막상 연기할 때는 삼촌 캐릭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배경과 같은 설정일 뿐 진만과 지안의 관계가 아버지와 딸 사이로 바뀌어도 무리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른 가족이 어린 가족을 위한 마음이라는 건 비슷할 테니까. 하나뿐인 혈육을 부모 된 입장에서 끝까지 지키겠다는 절박함으로 매 순간 임했다.

- 조카 지안 역의 김혜준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았을 것 같다.

= 진만과 아기 지안의 과거 비중도 꽤 커서 성인 지안을 연기한 김혜준 배우와 생각보다 자주 만나진 못했다. 그럼에도 김혜준 배우에게 고마운 점이 참 많다. 진만이 코믹한 신도 없고 진지한 역할이라 이번 현장에서는 별말 없이 조용히 있었는데 그런 내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밝은 에너지로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꿔놓곤 했다. 김혜준 배우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즐겁게 찍지 못했을 거다.

- ‘그래서 진만은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이 드라마의 초반 동력으로 작용한다.

= 나 역시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지,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왜 이렇게까지 무뚝뚝하게 구는지 궁금해하면서 대본을 읽어나갔다. 아마 시청자들도 진만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마음을 따라 마지막 회까지 달려나가지 싶다. 진만이 정 없게 타고난 건 아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할 순 없으나 예전에 용병이었던 시절이 그를 기계처럼 만들고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한 사람으로 변하게 했을 거다.

- 진만이 미스터리하게 보이게끔 특히 신경 쓴 것 같더라. 표정이나 자세, 목소리 톤 등이 무(無)에 가까워 그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 그런 의미에서 진만이 감정에 동요가 없고 매사 차분하고 담담한 인간처럼 보이도록 많이 절제하고 덜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보통 맡은 캐릭터가 평소 어떻게 말하는지 판단이 섰을 때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는 터라 기본적인 대사 톤부터 잡는데, 진만의 경우 건조한 톤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일부러 호흡을 많이 안 썼다.

- 메마른 진만으로 사는 동안 배우 이동욱의 삶도 윤기가 없어졌는지.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나.

= 영향을 받지 않고 캐릭터와 나를 분리하고자 노력한다. 내겐 자연인 이동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맡은 캐릭터에 매번 빠져버리면 자연인 이동욱의 삶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배우를 직업으로만 여기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초반 과거 회상에서 진만의 액션을 기대할 만한 장면이 몇 있다. 앞으로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이동욱 배우의 어떤 액션을 볼 수 있나.

= 나뿐만 아니라 배우들 모두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펼친다. 그 스타일리시함이 과장된 무엇이 아닌 현실감에서 온다는 게 포인트다. 다양한 총기가 등장하고 드론이나 사족 보행 로봇들의 공격 신도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맨몸 액션이 없는 건 아니다. 역시 자세히 밝힐 순 없으나 몸과 몸이 부딪히는 강렬한 신이 갈수록 많아져 짜릿할 거다. 액션은 아무리 안전 장비를 갖추고 찍어도 다치고 아픈 건 아프다. 액션 중인 배우가 아파 보인다면 필시 진짜로 아플 거다. (웃음) 그럼에도 몸을 사릴 순 없다. 100% 이상으로 임해야 그나마 진짜에 가깝게 나온다는 걸 이젠 잘 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데뷔한 지 오래된 배우다 보니 기본기가 잡혀 있어 현장에서 연습해서 들어가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 지난 한해 동안 팬들과 소통하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버블’을 열심히 하고 자체 시상식에서 대상까지 받은 <핑계고>와 같은 유튜브 채널에 자주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 사람을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타고난 성격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 건가.

= 좋게 보일 뿐이다. 실제로는 먼저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고 내게 뭔가를 바란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버블이나 유튜브 출연은 내가 그것밖에 팬들에게 보답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다. 욱동이라는 공식 캐릭터를 만들어 인형이나 스티커 같은 굿즈를 제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은발로 바꾼 것도 얼마 전 있었던 사인회에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이벤트성이었다. 멋쩍어 검은 머리가 지겨워서라고 둘러댔지만 말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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