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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형성을 벗어났을 때, 'LTNS' 안재홍
유선아 2024-01-22

복잡한 생각과 착잡한 심경을 먼 데 보는 눈짓에 일순 담아낸다. 배우 안재홍이 연기하는 사무엘의 얼굴에는 할 말을 하지 못해 삼키는 체념이 간혹 스친다. 연애도, 사랑도 가진 것에 은유되는 시대. 스타트업 사업이 망하고 택시 운전사로서의 삶까지 위태로워진 사무엘에게 남은 것은 일상을 메우는 가사와 직업 노동, 그 피로를 풀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뿐이다. 남들보다 사랑을 더 많이 가진 불륜 커플을 뒤쫓는 섹스리스 5년차 부부의 이야기를 6부작 드라마 <LTNS>는 적나라한 듯하면서 적절하게 감추는 묘미로 다룬다. 남의 집 거실을 훔쳐보는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부부의 생활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는 그의 말에서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단순한 이유를 다시금 떠올렸다. 어떤 타인의 삶을 엿보는 일은 때로 이렇게나 즐겁고 가끔 애잔하다.

- 출연 제안은 어떻게 이뤄졌고 작품에 합류하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나.

=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전고운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수위가 높아서 출연을 고민했다기보다 작품이 가진 가치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무엘이라는 캐릭터를 재미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다. <LTNS>가 가진 독창적인 이야기에 많이 끌렸다. 각본이 어떤 작품과도 닮지 않아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 두 감독님(전고운, 임대형)을 향한 믿음이 컸다. 이 작업에 함께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 첫 부부 연기다. 이솜 배우와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이후 <LTNS>까지 세 번째 만남은 작품 안에서 연인 관계가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논의한 부분이 있다면.

= 이솜 배우와는 늘 연인 역할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그렇게 여겨주시는 게 재미있다. 우리 둘 다 연기로 토론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서로 많은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할까. 특히 신경 쓴 건 누군가의 거실을 엿보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전달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서는 한마디 말에 천차만별의 감정이 드러날 때가 있으니까 사소한 뉘앙스도 고려하며 연기했다. 시리즈 후반에 부부가 서로 날카로운 대사를 무덤덤하게 주고받는 장면이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전고운 감독님이 “부부는 그럴 수 있어”라고 하더라. (웃음) 연인이 아니라 부부의 감정으로 접근하니 미지였던 영역이 해소되는 지점이 있었다.

- <리바운드>의 강 코치, <마스크걸>의 주오남, 직접 연출한 단편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와 <LTNS>를 포함하면 장르와 연기 스펙트럼은 물론 캐릭터가 구사하는 언어와 말씨까지도 확장하고 있는 것 같다.

=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만의 언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표준어라도 쓰는 사람마다 다르듯 지역과 사람에 따라 말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고향이 부산이라 부산 사투리로 연기할 때 매체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따라 할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고, 요즘 사람들이 쓰는 생활감 있는 말을 역할에 가져오고 싶었다. <LTNS>의 사무엘은 다른 사람들과 말할 때와 달리 가족과 대화할 때 충청도 말씨를 사용한다. 이런 설정도 속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사무엘이란 인물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 충청도 방언 대사는 원래부터 대본에도 있었고 또 임대형 감독님의 고향이 충청도라 교정도 받았다.

- 1화에서 사무엘을 짓궂게 놀리며 즐거워하는 우진(이솜)에게서 약간 사디스트적 면모가 보인다. 사무엘은 우진을 살뜰히 보살피는 편이고. 그런데 막상 관계를 거부하는 쪽은 사무엘이다. 의외의 관계성이 흥미롭다.

= 개인적으로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뜨거웠던 순간에 일어난 짓궂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결혼 후에 확 식어버린 현실적 부부 관계와 뜨거운 연인의 간극이 커질수록 재미도 커질 테니까. 우진에게 양말을 신겨주고 시계를 채워주는 모습은 사무엘이라는 인물의 일부다. 우진보다 사무엘이 조금 더 가정을 돌보는 편이랄까. 당연히 이들 사이에 숨은 사연은 서서히 밝혀진다. 불륜 커플을 추적하면서 우진과 사무엘이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는데 그 안에서 감정이 요동친다. 무심히 던지는 짧은 대사 안에 함축된 몇겹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한신을 찍어도 관계에서 드러나는 굉장한 에너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이렇게 밀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내고 조금의 부자연스러움도 허용하지 않기 위한 과정에 모두가 충실했다.

안재홍이 꼽은 <LTNS>의 명장면

“장면을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 회차가 더해지면서 각양각색의 불륜 커플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이 정말 기상천외하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예측을 벗어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끝, 각본의 힘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강점이다. 그리고 이 부부는 정말로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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