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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거짓과 정전>
이다혜 2024-04-16
오가와 사토시 지음 / 권영주 옮김 / 비채 펴냄

오가와 사토시의 소설집. SF와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해 기발하고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술사> <한 줄기 빛>부터 <마지막 불량배> <거짓과 정전>까지 총 6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가족사부터 세계사까지, 시간과 역사를 넘나드는 작품들의 매력이 특히나 눈에 들어온다. 표제작인 <거짓과 정전>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바꾸어놓은 세계사의 지형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시도를 다루는 이야기다. 1844년 1월9일 영국 맨체스터의 법정 풍경을 보여준 뒤 수십년 뒤 냉전시대의 소련에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한 소련인 과학자가 CIA에 협력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넘기려고 하는데, 우연히 놀라운 발견을 한다. 전자를 이용해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미래에서 온 메시지를 받기도 한 그는, 이 사실을 CIA쪽에 알린다. 도입부의 법정, ‘거짓과 정전’이라는 제목, 과거로만 보낼 수 있는 메시지라는 설정이 결말 부분에서 흥미롭게 맞물린다. 공산주의는 만유인력처럼 특정 인물(뉴턴)이 없었어도 존재했을까? 아니면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특정 인물(찰스 디킨스)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까? 스파이 소설의 뼈대를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전개는 SF라서 가능한 것들이다. <거짓과 정전>과 더불어 <마술사> 역시 흥미롭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마술을 선보이고 사라진 아버지는 정말 과거로 갔을까? 오가와 사토시의 소설들은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로그라인을 가지고 있다. 로그라인으로 선명하게 그려지는 상황 속 인물들은 딜레마에 처해 있으며, 소설을 읽어보면 마지막 순간이 되었을 때에야 사건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 <마지막 불량배>나 <한 줄기 빛>은 장르소설은 아니지만, 이 소설들 역시 시대와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유행을 다루는 잡지의 흥망성쇠와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말의 혈통에 관한 이야기들은 짧은 소설속에서 세월을 느끼게도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감각을, 혹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즐겁게 일깨우는 소설들이다.

179쪽

모모야마는 문화를 사랑했다. 영화도, 소설도, 음악도, 패션도, 미술도 모두 좋았다. 자신은 어째서 문화를 사랑하나. 모모야마는 ‘불필요해서’라고 생각했다. 문화가 없다고 굶어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불필요한 것’이 자신들의 생활에 색채를 부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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