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D2부터 자자 뱅크스까지,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타 군단
컴퓨터 관련 정보 및 수리에 능한 R2-D2, 은하계 수많은 종족의 언어와 문화를 훤히 꿰고 있는 영민한 가이드 C-3PO 등 각양각색의 드로이드, 키는 작지만 제다이들의 마스터이자 우주의 현자인 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에 등장하는 수다쟁이 건간족 자자 뱅크스까지 <스타워즈>는 다양한 특수효과를 거쳐 탄생한 무수한 캐릭터들의 전장이기도 하다. 뒤에서 사람(나중에 디지털 작업으로 화면에서 지워진다)이 조종하는 R2-D2와 C-3PO, 폼 라텍스에서 좀더 가볍고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업그레이드된 요다 등 일종의 인형들부터 원격 조종이 가능한 애니메트로닉스 가면을 뒤집어쓴 네이모디안, 배우 레이 파크를 뿔과 컬러로 특수 분장시킨 다스 몰, 완전히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자자와 배틀 드로이드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운 상상력의 산물들이 개성의 경합을 벌인다.
<용과 마법구슬>의 용과 드라코, 디지털 공룡의 전과 후
처녀를 산제물로 요구하는 <용과 마법구슬>(1981)의 용과 부상당한 왕에게 심장을 나눠준 <드래곤 하트>(1996)의 드라코. 두 용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시간과 테크놀로지의 강이 흐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자는 잘 만들어진 인형이고, 후자는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이 빚어낸 캐릭터. 이들 사이 15년의 세월 동안에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모형이랄 수 있는 애니메트로닉스와 컴퓨터그래픽으로 <쥬라기 공원>에 등장한 공룡들이 있었다. <용과 마법구슬>이 인형을 움직여가며 찍는 스톱모션 기법을 바탕으로 하되 약간의 컴퓨터 장치를 달아 좀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끌어냈다면, 폭군이 된 왕과 싸우러 나서는 드라코는 숀 코너리의 목소리로 떠들고, 웃고, 화를 내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 놀라움을 샀다. 드라코의 머리 하나만 해도 쥬라기 티렉스보다 복잡한 그래픽의 결과라는 게 ILM 스탭들의 말.
우주선과 잠수함 모형, 액션의 또 다른 주인공
우주를 가르는 <스타트랙> 시리즈의 클링곤 전투함, 혹은 검푸른 심해를 유영하는 <붉은 10월>의 핵잠수함.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은 수많은 승무원들을 태운 영화 속 크기에 못 미치는 모형들이다. 아주 작은 미니어처부터 수미터에 이르는 다양한 모형 우주선을 날게 하고, 라텍스나 스티로폼 등의 소재를 이용해 제작한 세트 혹은 매트 페인팅을 배경으로 이용하는 것은 특수효과의 기본기 중 하나. <붉은 10월>에서는 연기 효과와 조명으로 심해 분위기를 연출하고, 100kg이 넘는 최대 모형은 나중에 지울 수 있을 정도의 철사로 크레인에 달아 움직였다. 우주선의 변형인 의 비행접시 모양 외계 생명체의 경우,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특수 와이어 장치를 개발한 태드 크노프스키에게 오스카 기술공로상을 안겨줬다.
ET와 엘리엇, 만월의 비행 판타지
너무나도 유명한 바로 그 장면, ET와 엘리엇을 태운 자전거가 커다란 달을 향해 가듯 날아오르는 클라이맥스를 비롯한 의 특수효과는 ILM에 또 하나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줬다. 컴퓨터그래픽 시각효과란 말 자체가 낯설었던 시절, 나무와 숲 등의 미니어처, 애니메트로닉스인 ET와 엘리엇을 촬영한 실사 화면 등을 합성한 영상은 판타지의 극치를 보여줬다. 외부에서 조종하는 애니메트로닉스와 사람이 속에 들어가서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고무 의상의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던 ET는, 20주년을 맞아 디지털애니메이션 버전으로 얼굴을 대체하는 등 부분적인 덧손질을 통해 더 실감나는 표정을 선보였다.
로저 래빗과 에디, 셀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입맞춤
실사 배우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로저 래빗이라니. 애니메이션임에 분명한 하늘을 로저 래빗과 함께 날아다니는 에디(밥 호스킨스)라니. <제시카와 로저 래빗> 이전에도 셀애니메이션과 실사 배우가 한 무대에 공존하는 실험은 있었지만, 비현실과 현실이 이토록 자유자재로 시선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고 몸을 부대낀 적은 없었다. 이 결합이 과연 가능한가를 시험하기 위해 ILM은 로저 래빗이 실사의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장면을 테스트로 찍었고, 이를 본 스필버그는 두 번째로(첫 번째는 <스타워즈>) 영화의 역사를 목격했다며 놀라워했다는 후문. 당시 연간 평균 300숏을 작업했다는 ILM은, 이를 위해 2년간 1040여개의 장면과 씨름했다.
마스크와 꼬마 유령 캐스퍼, 스크린을 장악한 컴퓨터그래픽 캐릭터
금발 미녀를 본 순간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오고, 놀라면 눈알이 튀어나오는 연둣빛 마스크, 달걀형 얼굴에 온몸이 투명한 깜찍한 꼬마 유령 캐스퍼, 그리고 도심을 짓밟는 <쥬만지>의 동물 군단, 드라코. 라텍스로 만든 초기 요다를 비롯한 인형들, 가면과 의상 등이 초기 특수효과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면, <터미네이터2>< 쥬라기 공원>에서 주연급 조연 트레이닝을 거친 컴퓨터그래픽 캐릭터들은 94년 이후 당당한 주인공 대열에 오른다. 짐 캐리의 연기를 바탕으로 3차원의 과장된 몰핑 기법으로 빚은 마스크를 합성한 <마스크>는 오스카 시각효과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스콧 스퀴어즈에게 기술공로상을 안겨줬다. 캐스퍼는 컴퓨터그래픽 캐릭터로는 거의 처음 제대로 된 ‘연기’와 대사를 선보인 캐릭터.
웜가이부터 셀리나까지, <맨 인 블랙> 시리즈의 못 말리는 외계인들
1, 2편을 통틀어 필수불가결한 캐릭터인 ‘웜가이’들은 제작진에 따르면 “나태하고 건방진 뉴요커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왔다. ‘아이♡ 뉴욕’ 티셔츠를 입은 말하는 강아지 프랭크는 2편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뿐 아니라 매우 수다스러워졌다. 셀리나는 2편에서 가장 공을 들인 캐릭터. 사방으로 뻗어져나가는 메두사 같은 수많은 팔을 가진 그녀는 캐스팅이 바뀔 때마다 팜케 젠슨의 스트레이트한 머리에서 라라 플림 보일의 풍성한 파마머리로 바뀌긴 했지만 “검은 머리의 독기를 품은 팜므 파탈적 여인”이라는 기본 컨셉만큼은 변하지 않았다고.
트위스터와 성난 파도, 이벤트영화의 ‘이벤트’
장성호씨의 말을 빌리자면, “토네이도의 위력이 화면을 휘감아돌며 박스오피스를 강타할 때 많은 제작자들은 스타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특수효과로 도배한 이벤트영화를 기획하기로 맘먹은 것 같다”는 <트위스터>는 “디지털로는 안 되는 게 없다는 착각을 만든” 작품. 무엇이든 집어삼켜 하늘로 휘감아올리는 회오리바람은 먼지나 눈, 물, 불, 연기 등 아주 작은 입자를 가진 대상이나 자연현상을 표현하는 파티클 시스템을 통해 탄생했다. 고기잡이배와 선원들을 덮치는 <퍼펙트 스톰>의 격랑도 유사한 구조. <타이타닉>이나 <워터월드>에서 한결 잔잔했던 디지털 바다는 파도의 질감과 크기, 음영, 중력 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거친 바다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