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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파리를 사냥하지 않는다>감독 세르지오 카브레라
2002-06-19

라틴 아메리카의 숨결을 느끼세요

6월13일 목요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는 마치 라틴 문화원 같았다. 서울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7개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이 모두 모여 라틴아메리카영화제 개막을 축하한 자리. 뒤이어 열린 파티 때는 라틴댄스의 리듬이 소격동 골목에 울려퍼졌다. 이날 개막작으로 상영된 콜롬비아영화 <독수리는 파리를 사냥하지 않는다>의 감독 세르지오 카브레라(52)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그는 서울에서 만난 라틴 외교관들이 건네는 인사에 바빴고, 그 열기 속에서 기자가 내민 명함에 사인을 해주려 하기도 했다.

이번 라틴영화제에 <독수리는…> 외에도 <달팽이의 계략> <타임아웃> 등 3편의 장편영화를 선보인 카브레라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극연출가이자 배우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베이징국립영화제작소의 스페인어권 영화 더빙책임자로 부임하면서 10살 때 중국으로 가서 베이징에서 수년간 살았고,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각종 소년 캐릭터의 더빙연기를 했다.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두루 경험한 것은 나의 큰 재산”이라고. 런던에서 영화를 공부한 이후 카브레라는 콜롬비아로 돌아와 촬영감독으로 일하며 사이사이 단편작업을 했고, <독수리는 파리를 사냥하지 않는다>(1994)로 장편데뷔를 했다.

퇴학당한 사관생도 블라디미르 오쿠엔도가 우연히 자신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교사간에 전설적인 결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향에 가서 그 사건의 전모를 알아본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199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4편의 장편을 찍은 그는 현재 콜롬비아의 ‘잘 나가는’ 감독 중 하나로, 국제영화제의 인정 못지않게 국내 관객의 사랑도 받고 있다고. “나는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사회적 메시지가 묻어나게 한다. 진실을 덮지 않는 코믹함, 아이러니가 나의 기본테마다”라는 그는 “현재 콜롬비아에선 좋은 영화들이 준비되고 있지만 1년에 영화가 8편 정도만 제작되는 등 양적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