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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 자국에서 찬밥
2002-06-24

화제작으로 꼽혔던 <즈베즈다> 부진, 대부분의 영화는 극장 개봉도 못해러시아영화가 자국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스오피스를 강타할 확실한 기대작으로 꼽혔던 <즈베즈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을 앞세운 할리우드 대작들에 밀려 지지부진한 성적에 그친 것이다. <즈베즈다>는 한 군인의 용기와 사랑을 다룬 애국주의적인 영화로, 러시아에서는 올해의 영화로 거론됐던 화제작. <즈베즈다>의 부진으로 러시아에서는 영화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일고 있다. 러시아 영화산업의 위기는 소련의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대두된 문제. 소련의 국가지원금이 감소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이 강화된 환경에서 러시아영화는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제작편수가 줄어들고, 그나마 제작된 영화들도 배급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 <즈베즈다>의 프로듀서이자 모스필름 대표인 카렌 샤크나자로프는 “모스필름이 아니었다면 <즈베즈다>를 개봉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배급되는 대부분의 외화가 모스필름에서 더빙되기 때문에 배급업자들과의 인맥이 있고, 그 덕분에 <즈베즈다>를 배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스필름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같은 거장들의 산실이자 소련 시절 연간 100편의 영화를 제작했던 러시아 최대의 영화사. 하지만 현재 연간 제작편수는 30여편으로 격감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의 영화는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창고 선반에서 묵히는 실정이다. 문화부에서 영화진흥 및 법규를 담당하는 이고르 칼리스토프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 러시아영화는 7%에 불과하다. 민간 소유의 극장에서는 그 비율이 2∼3%를 넘지 않는다고. <모스코 퍼레이드>의 감독 이반 디코비치니는 러시아영화란 것만으로도 배급업자들에게 외면을 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스코 타임스>는 더 넓은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미국영화와 달리, 대부분 자국 시장에서 소비되는 러시아영화의 배급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침체기에 빠진 러시아영화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러시아 안팎에서 꾸준한 성공을 거둬온 니키타 미할코프나, 소수의 ‘교양있는’ 관객을 지향한다는 알렉산더 소쿠로프 정도. “러시아에서는 영화를 예술로 봐왔다”는 소쿠로프 같은 감독은 상대적인 낙관론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일반 관객을 바라보는 다수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얼굴에서 그늘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황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