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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브룩스 감독의 <프로듀서>
2002-06-26

솔직하고 천박한

1968년

감독 멜 브룩스

출연 진 와일더

<EBS> 6월30일(일) 낮 2시

“이봐요, 감독. 솔직히 말하겠어요. 당신 영화는 진짜 천박해요.” 멜 브룩스 감독은 <프로듀서>를 만든 뒤 관객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많은 여성들은 그의 영화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당연하다. 멜 브룩스가 여성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은 단순하다. 늙고 추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글래머 스타일이지만 머리가 텅 빈 여성이다. <프로듀서>에서도 놀랄 만한 장면은 여럿 있다. 매력적인 금발 여비서가 비키니 차림으로 사무실에서 춤추거나 몸에 꽉 끼는 원피스를 입고 가슴을 흔들어댄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멜 브룩스가 조롱하는 대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복장도착자, 게이, 신체장애자, 나치주의자 등이 감독 영화에서 단골로 수모를 당했던 자들이다. 멜 브룩스는 관객의 고정관념을 뒤흔들면서 ‘악취미’ 코미디를 구사하는 데 남다른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듀서>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제작자 맥스는 재정상태가 바닥에 이르자 늙고 부유한 여성들과 만나 돈을 얻는다.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에 실패하고 그는 처참한 신세가 되어 있다. 맥스의 회계사 레오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단번에 망할 공연을 만들어 역으로 큰돈을 벌어보자는 것. 맥스와 레오는 히틀러를 풍자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계획을 짠다. 두 사람은 최악의 배우를 선택해 주연에 과감하게 기용하고 뮤지컬 초반 관객은 썰렁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공연이 계속되고 차츰 호응도가 높아지자 맥스 등은 긴장한다.

<프로듀서>는 멜 브룩스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 멜 브룩스 영화가 갈 길을 미리 보여준다. 그중 하나는 영화가 두 남성의 연대와 우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 어이없는 소동극을 벌이던 남성들이 결국 서로를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어찌보면 게이 커플에 가까워 보이는 남성들의 캐릭터 코미디는 멜 브룩스 영화의 주요한 특징이다. 멜 브룩스는 할리우드 코미디에 패러디 전통을 확립한 연출자로 언급되곤 한다. <불타는 안장>에서 <스페이스 워즈> <못말리는 드라큘라>에 이르기까지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존의 영화들을 인용하고 열심히 베꼈다.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시도가 할리우드 장르의 전통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도록 한다는 것. 장르영화에 관한 비판적 인용이라 할 만하다. <프로듀서>는 본격적인 패러디영화는 아니지만 히틀러를 희화화한 뮤지컬 장면은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1940)를 연상케 한다. 대체로 영화는 점잖고 고상한 취향을 공격하는 것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인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나치 군복의 여성들이 호들갑스럽게 무대에서 춤추는 것은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 일순위다. 당시 신인이었던 진 와일더의 모습을 보는 것도 반갑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