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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뱀파이어> 원작자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2002-06-28

죽은 딸을 위한 자장가

‘죽은 알리야가 산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이겼다.’ 지난 2월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알리야가 주연한 영화 <퀸 오브 뱀파이어>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크로스로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상황을, 국내 모 신문은 그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8월, <로미오 머스트 다이>를 통해 우리 영화 팬들에게도 익숙한 알리야의 비행기 사고 소식은, 그녀의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22살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에 대한 추모의 뜻을, 팬들은 6개월이 지나 박스오피스 1위라는 흥행성적으로 보여주었던 것. 특히 <매트릭스2> 출연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사고라, 스크린 속 그녀의 연기를 사랑했던 팬들은 더더욱 <퀸 오브 뱀파이어>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로지 그렇게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팝스타 알리야 주연의 영화였기 때문에 <퀸 오브 뱀파이어>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극장의 객석을 가득 메웠던 관객 중에 많은 이들은 이 영화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중 한편을 영화화했다는 사실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막상 ‘뱀파이어 연대기’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지만,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주연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후속작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퀸 오브 뱀파이어>는 앤 라이스가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집필한 연작소설 중 하나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소설의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사진설명

-→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 뱀파이어의 여왕을 연기한 알리야.

-→ ‘뱀파이어 연대기’를 쓴 작가 앤 라이스.

-→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를 하나로 묶어 출시한 책의 표지.

‘뱀파이어 연대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앤 라이스라는 작가에 대해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 1942년생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그녀가 1976년 처음 선보인 소설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서른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그녀가 그 소설을 쓰게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6살짜리 딸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내고 술에 빠져 살면서, 딸을 부활시키는 이야기를 구상한 것이 바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였던 것.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녀 뱀파이어 클라우디아는 그렇게 앤 라이스가 먼저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미련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하늘에 있던 딸의 도움 때문이었는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그녀는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다준 뱀파이어들을 등장시킨 소설 연작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85년에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주인공 중 하나였던 레스타가 프랑스혁명 즈음에서부터 1980년대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는 이유를 찾는 이야기를 담은 <뱀파이어 레스타>(The Vampire Lestat)를 출간했고, 이어 88년에는 6천년간 잠을 자고 있던 뱀파이어의 여왕인 아카샤가 깨어나 인간과 뱀파이어를 모두 멸망시키려는 것을 레스타가 막아내는 이야기를 담은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The Queen of the Damned)을 선보였다. 이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을 영화화한 것이 바로 <퀸 오브 뱀파이어>인 것. 이어 92년에는 <육체의 도둑>(The Tale of the Body Thief), 95년에는 <악마 멤모크>(Memnoch the Devil)를 출간한 것으로 끝으로 그녀의 공식적인 뱀파이어 연대기는 완성된 상태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 연대기에 등장하는 뱀파이어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서구인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존재로 인식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했던 레스타의 경우,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격과 넘치는 카리스마 그리고 뛰어난 외모로 인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경우. 이번에 개봉된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는 스튜어트 타운센드가 연기를 했는데, 톰 크루즈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편 레스타만큼은 아니지만 연대기에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루이스의 경우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괴로워하는 아주 인간적인(?) 뱀파이어. 소설 속에서 녹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뱀파이어로 묘사된데다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아 인기가 치솟은 경우다. 이 밖에 얼마 전 <스파이더 맨>에서 확실한 스타덤에 오른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했던 소녀 뱀파이어 클라우디아,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아르망,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연기한 다니엘 그리고 알리야가 연기한 아카샤 등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뱀파이어 캐릭터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개봉된 <퀀 오브 뱀파이어>는 단절된 영화 한편이 아니라, ‘뱀파이어 연대기’의 일부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한번 다시 보고, <퀸 오브 뱀파이어>의 레스타를 감상한다면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불귀의 객이 된 알리야의 마지막 모습들 눈에 담아 두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산’ 브리트니야 원하지 않아도 앞으로 수백번은 더 보게 될 것이지만, 그녀를 브라운관이나 극장에서 다시 보는 일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퀸 오브 뱀파이어> 공식 홈페이지 : http://queenofthedamned.warnerbros.com

<벰파이어 연대기> 한글 팬페이지 : http://neko35.nahome.org/fr.htm

앤 라이스 홈페이지 : http://www.randomhouse.com/features/anner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