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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 게임 온 디맨드(Game On Demand)
2002-06-28

GOD가 그들을 구원할까?

정보의 바다 인터넷으로 항해를 떠난다. 책상 앞에 앉아 전세계의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아무리 큰 용량의 데이터도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교환이 이루어진다. 디지털 천국에서 게임 제작사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 와레즈 사이트 때문이다. 게임을 사서 하는 사람보다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건 별다른 비밀도 아니다. Divx든 뭐든 영화는 모니터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게임은 구입하거나 다운받거나 거의 똑같기 때문에 와레즈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

와레즈를 단속하는 게 손쉬운 해결책이겠지만 생각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다. 골치를 썩던 제작사들 중 몇몇이 상황을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게임 온 디멘드’(Game On Demand), 줄여서 GOD라고 불리는 인터넷을 통한 유통 방식이다.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영상 콘텐츠 공급 방식 VOD와 같은 원리다. 게임 공급자의 서버에 올라와 있는 게임을 주욱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게임을 선택한다. 그뒤 소비자의 컴퓨터로 게임을 다운받아서 플레이하면 된다.

GOD 방식에서는 유통단계가 제작사-유통사-소비자로 단순화된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유통 마진은 대개 30% 이상이다. 유통 과정의 단순화로 이중 상당 부분이 절약된다. 뿐만 아니라 점점 화려해져가고 있는 패키지와 매뉴얼 제작 비용이 필요없고, CD 제작비도 없어서 제작비 단가 자체도 크게 줄어든다. 재고 부담이 없다는 것도 중요하다.

GOD의 장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 역시 득을 본다. GOD에선 게임을 조각내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개의 스테이지가 있는 액션게임이 있다고 하자. 광고에 혹해 샀는데 스테이지 하나를 깨기도 힘들다. 돈이 아깝지만 조용히 박스에 담아 고이 모셔놓는 수밖에 없다. 해보니까 못하겠다고 도로 물릴 수는 없다. GOD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처음부터 전부 사지 말고 6천원 내고 스테이지1만 다운받는다. 해보니 재미있다. 그럼 천원 더 내고 다음 스테이지를 또 다운받는다. 그런 식으로 전부 다 받으면 총 1만5천원이다. 중간에 재미없으면 그만두면 되니 게임 구입의 리스크가 훨씬 낮아지는 셈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근사한 계획이지만 GOD가 성공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VOD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기존 오프라인 비디오 유통 시스템이나 비디오 대여점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호들갑이었고 기존 유통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엄청난 돈이 투자되었다. 하지만 그 돈이 어디 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동네 대여점은 여전히 성업중이다. VOD가 시장을 점령하려면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

게임의 즐거움은 어찌 보면 플레이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어딘지 마음에 걸리는 게임을 발견한다. 잡지와 인터넷을 보며 출시되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드디어 나오면 땀에 젖은 손에 꼬깃꼬깃 접힌 돈을 쥐고 용산으로 간다. 손목을 나꿔채는 호객꾼들을 무시하고 전진, 또 전진이다. 여러 매장을 다 둘러보려면 귀찮고 피곤하지만 그래서 천원이라도 싸게 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집에 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뜯어봐야겠지만 참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박스를 함부로 뜯어 찢어지거나 지저분한 테이프 자국을 남기는 데 그건 곤란하다. 밀봉 테이프를 칼로 잘라내야 흔적이 남지 않는다. 지하철 안에서 박스를 열고 CD를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벌써 게임을 시작한 기분이다.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로는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박상우 / 게임평론가 www.MadoeDe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