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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카랄도> 메이킹 다큐, <버든 오브 드림스>
2002-06-28

그는 정말, 배를 끌고 산으로 갔다

이번에 부천에서 상영될 작품들 가운데에는 베르너 헤어초크의 1982년작 <피츠카랄도>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버든 오브 드림스>가 포함되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는 미국의 독립영화제작자 레스 블랭크이다.그는 1935년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영문학, 연극 및 영화를 전공했다. 16mm 카메라로 작업하며 큰 제작사 아래서 상업적 영화 만들기를 꺼려하는 그를 두고, 많은 이들은 ‘진정한 독립영화작가’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커다란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미지들을 보는 것이 좋다.그러나 비디오로 작업하는 것과 전혀 아무 영화도 만들지 않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면, 나는 비디오를 택하겠다.” 그는 독립영화작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에는 AFI로부터 마야 데런상을 받았다.

<버든 오브 드림스>는 헤어초크의 <피츠카랄도>의 제작 초기부터 시작해서 촬영 막바지에 이르기까지의 거의 전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다.주연 피츠카랄도 역이 클라우스 킨스키로 교체되기까지의 과정, 제작도중 있었던 제작진과 원주민간의 갈등 및 원주민들 내에서의 다툼, 촬영현장에서 킨스키가 보여주는 악명 높은 광란, 건기가 닥쳐 영화제작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헤어초크의 심경 등이 영화 전편을 빼곡히 채운다.헤어초크는 두 강줄기 사이에 수로를 만들어 이리로 배를 옮기려 하지 않고, 반드시 배를 산으로 끌고 올라가 다른 편으로 이동시킬 것을 고집하는데, 왜냐하면 그것이 <피츠카랄도>의 가장 중요한 메타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게다가 미니어처의 사용이나 아무런 특수효과의 도움없이 이러한 작업을 ‘실제로’ 해내고자 한다. 기술자문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긴 이 일을 헤어초크는 정말 해내고야 만다. 레스 블랭크의 영화는 킨스키의 다혈질적인 특성과 헤어초크의 고집스러운 몽상이 함께 어우러져 영화 <피츠카랄도>의 주인공 피츠카랄도의 광기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버든 오브 드림스>와 같이 상영되는 레스 블랭크의 20분짜리 단편 <헤어초크, 구두를 먹다>는 글자 그대로 헤어초크가 ‘구두를 먹게’ 된 사연을 보여주는 재미난 영화다.<가늘고 푸른 선>의 에롤 모리스는 지금이야 유명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됐지만, 한때는 헤어초크에게 충고를 부탁하는 UC 버클리의 학생이었다.그가 자신이 영화경험도 없고, 영화현장에 아는 친구도 없으며 게다가 돈도 없으니 영화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처지라고 헤어초크에게 털어놓자, 헤어초크는 영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일단 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그리고 에롤 모리스가 만일 영화를 만들게 되면 반드시 돌아와 구두를 먹어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에롤 모리스는 마침내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고, 헤어초크는 약속대로 여러 청중 앞에서 구두를 삶아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흡사 <황금광 시대>의 채플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