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CF 촬영장
2002-07-03

“은경아, 재림하기 힘들지?”

“와, 너무 귀엽다!” 탄성이 쏟아진다. 동화에나 등장할 법한 기구를 탄 채 하늘에서 땅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임은경을 보며 늘 함께 지내는 ‘코디 언니들’의 입에서도 비명에 가까운 교성이 터진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목인 경기도 화성시 마산포의 어섬 비행장. 오는 8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하 <성소>)의 CF를 촬영하고 있는 이곳은 <파이란>의 포스터를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에 웬 CF?’라는 물음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 <성소>를 홍보하는 R&I 애드벌룬은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인데다 장선우 감독의 작품인 탓에 좀더 많은 관객에게 쉽게 영화를 소개하자는 차원에서 8천여만원을 들여 이 CF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힌다.

사실, 이 CF는 영화의 내용과 별 무관하다. 영화가 가상현실 공간과 실재 공간을 뛰어넘어 펼쳐지는 액션을 그리는 데 반해, CF는 ‘성소 재림하다’는 구절에서 착상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옮겼다. 박준원 감독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이번 CF의 내용은 우주선인지 기구인지 모를 비행체를 타고 지상에 도착한 성소(임은경)가 정체모를 자들에게 쫓기다가 깜짝 반전을 보여준다는 내용.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지다가 구름이 잔뜩 끼더니 햇빛이 나고 다시 비가 오는 등 변덕스런 날씨 탓에 촬영은 자주 중단됐다. 촬영이 새벽부터 진행될 줄 알고 밤새 분장을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잔 임은경에게 박 감독은 “성소야, 재림하기 힘들지?”라고 말을 건네며 달래고 있었다. 오후 들어 오락가락하던 비구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지만, 첫 장면인 기구를 타고 내려오는 임은경을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임은경과 함께 기구에 탄 강아지가 발버둥을 치는가 하면, 지미집 카메라의 움직임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고, ‘하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임은경의 동작이 어설퍼 보이기도 해 거듭 NG가 났다. 하지만 임은경은 크레인에 매달린 기구가 10m 이상 높이로 올라가는데도 연신 싱글싱글이다. <성소> 촬영장에서 흘러다녔던 ‘임은경은 무서움을 모른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대목이었다.

사진설명

--→ 관악대원들은 "영화가 이렇게 지루한 작업인 줄 몰랐다"고 말한다. 이들은 임은경의 표정 연출을 위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데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연주를 해야 한다.--→ 성소를 추격하는 이들의 정체는 알 길이 없다. 얼굴에 거울을 단 것으로 보아,이들은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아무튼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연기자들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으리라--→ "아, 안맞았는데요." 지미집 책임자가 감독에게 `자백`한다. 그래도 임은경은 여유만만이다. "여기 올라와 있으면 얼마나 시원한데요."--→ 2002년 한국에 나타난 성냥팔이 소녀는 안데르센의 시대와는 달리 라이터를 판다. 이 라이터 바구니는 임은경이 지난해 초 촬영에 들어갈 때부터 크랭크업 때까지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바로 그것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라이터도 그대로란다.

사진설명--→ 코디네이터들은 임은경의 화장이 땀에 번질까봐 노심초사다. 메이크업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금세 `공사`가 시작된다.--→ "달려!" 사인이 떨어지자 임은경이 질주한다. 100미터 달리기 23초를 `자랑`하지만 최선을 다해 갈대밭을 가른다. 힘들어 달려왔건만, 감독은 "한번 더"를 외친다.--→ 박준원 감독은 TTL 시리즈 중 `토마토 편`을 담당했다. 임은경의 밝은 이미지를 잡아냈던 그는 이번 CF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성냥과 파리가 나오는 아이디어는 홍보사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성소가 추적자들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도 만만치는 않았다. 임은경은 카메라를 향해 있는 힘껏 갈대밭을 뛰어다녔지만, 동선이 안 맞거나 카메라가 포커스를 놓치곤 했다. 10여 차례 반복한 끝에 결국 오케이 사인을 받고 가쁜숨을 몰아쉬는 임은경에게 “이번엔 달리는 모습을 옆에서 찍는 거야”라는 매정한(?) 감독의 지시가 떨어진다. 신기한 건 “다시 뛰어!”라는 감독의 말에 채 1초도 되지 않아 “네!”라고 대답하며 출발점을 향해 뛰어가는 임은경의 모습이다. 이쯤 되면 ‘성실 소녀 성공기’라도 나올 법하다. 이 CF는 7월부터 방송뿐 아니라 극장 예고편과 인터넷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선보이게 된다. 사진 손홍주·글 문석▶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CF 촬영장

▶ TTL 소녀의 영화 성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