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매일이 무탈하도록 공들여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부가 있고, 급식 노동자가 있고, 청소 노동자가 있고, 노동 변호사가 있으며, 요양보호사, 배우,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어떤 일은 창작이라고 불리며 노동 취급을 하지 않아 생업으로는 오히려 어려운 일이 되는가 하면, 어떤 일은 그림자 취급을 받아 아무리 공을 들여도 제대로 인정을 받기 어렵다.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 <생업>은 그 지난하고도 어려운, 보람되지만 만만찮은 생업의 순간들을 길어올린다.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와 같다는 인식이 저절로 찾아온다.
스물일곱에 귀향한 ‘전업 농부’ 김후주씨가 말하는 청년 승계농의 어려움은 단순히 농사일의 어려움만으로 말할 수 없다. 승계농, 후계농들이 농사를 중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간 갈등이라는데, 일은 하고 돈을 제대로 못 받아서다. 그래서 ‘금호미’라고 불린다. “금호미는 일을 안 하면 거지가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SNS를 운영하고,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매출을 올리면 돌아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됐다!”라는 한마디인 식이다.
요양보호사 강석경씨가 일하는 곳은 사람들이 마지막 날들을 보내는 곳이지만, 그는 “여기 죽는 데 아니고 사는 데니까 편하게 여기시라”고 어르신들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 ‘출세’한 자식일수록 얼굴을 보기 힘들어 애써 눌러둔 서운함을 요양보호사에게 거칠고 무례한 언사로 풀어내는 경우는 일상다반사지만 “나쁜 마음”을 흘려보낼 줄 아는 법을 알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노화와 병, 죽음을 일로 마주하는 사람이 가진 담담한 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의 아들 김동준군이 고등학교 3학년 때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졌다는 대목에 이르면 말이 얼마나 빈약한 도구인지, 삶은 얼마나 거대한지 숨을 죽이게 된다. 경청하는 태도로, 이 순간들을 은유 작가는 전해준다. 글을 통해 사람을 진실로 만나는 귀한 경험을 담은 책이다.
“ 사람들이 4년이면 다 해결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심지어 가족까지도. 산재 인정되면 끝 아니냐고 인식하니까 저희가 입을 다물어버리면 이 사실은 알려지지 않아요.” /218쪽, 산업재해 노동자 어머니 박미숙씨 인터뷰, “쿠팡의 연료가 된 내 아이의 삼십대는 어땠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