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되기 위해 대상을 온전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 린치 영화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그랬다. 그의 비밀과 꿈, 환상과 비틀린 현실은 이해를 넘어서는 매혹을 불러일으켰다. <꿈의 방>은 데이비드 린치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대기적으로 나란히 두고 당신의 이해를 돕는 책이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린치의 주변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집필한 <꿈의 방>은 린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한 회고록이자 평론가가 취재를 통해 완성한 전기가 된다. 여러 면에서 재미있는 책이다. <이레이저 헤드>를 완성했지만 칸영화제 출품도 뉴욕영화제 출품도 거절당한 뒤 “나는 할리우드의 핵심에 들어갈 준비가 됐어. 변두리를 전전하는 건 이제 신물이 나”라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 적은 없어도 제대로 일이 돌아가는 바닥에서 일을 도모하고자 한 린치의 욕망이 느껴진다. <엘리펀트 맨>을 만들던 때는 사진 작업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는데, 여성들과 버려진 공장들이라는 주제는 그를 특별히 매혹시켰다. 그사이 결혼과 이혼, 혼인 상태에서의 연애 등이 이어지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작품과 관련된 대목들은 의심할 바 없이 ‘홀린다’. 그의 영화가 그랬듯이.
나의 경우는 <트윈 픽스>에 대한 대목에 빠져들었다. 데이비드 린치가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들은 티베트인들이 겪는 고초 이야기가 <트윈 픽스>에서 데일 쿠퍼 요원이 트윈 픽스 보안관국 직원들에게 그 주제에 대해 강연하는 장면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놀랍지 않게도 그는 드라마의 파일럿을 장편영화와 똑같이 생각했다. 두 시즌을 통틀어 <트윈 픽스>에서 다뤘던 에피소드는 파일럿뿐이었다는 말. <멀홀랜드 드라이브>때는 이전과 캐스팅 방식이 달랐다. 사진만 보고 캐스팅을 정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모든 사진을 검토해 배우를 고른 뒤 배우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촬영해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스토리>가 있다. 가장 데이비드 린치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그래서 데이비드 린치에게는 어떤 작품보다 실험적이었던 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리처드 판즈워스는 칸영화제에도 동행했지만 목장으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에 팔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나빠지면 그 일을 해야겠다고 말했던 그는 실제로 그렇게 (총으로 자살을) 했다. 숱한 사람들이 오고 갔고 영화는 완성됐고 이제 그는 가고 없다. 그의 영화들은 그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
명성은 당신이 그걸 어떻게 부르든, 기괴한 거예요. /4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