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비디오 > 신작비디오
로스트 보이지(The Lost Voyage)
2002-07-04

아이디어, 2% 부족하네!

The Lost Voyage 2001년, 감독 크리스천 매킨타르 출연 주드 넬슨, 자넷 건, 제프 코버, 마크 셰퍼드, 랜스 헨릭슨 장르 공포 (아이비젼)

지나가던 비행기와 배가 깜쪽같이 사라지는, 마의 삼각지대로 불리는 버뮤다 해역.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진 호화 여객선 코로나 퀸호가 25년 만에 다시 나타난다. 초자연현상을 다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이나는 특종을 잡기 위해 직접 취재에 나선다. 데이나는 코로나 퀸호에 부모가 탑승했다가 사라진 뒤 초상현상 연구가가 된 아론을 팀에 합류시킨다. 여전히 바다를 떠도는 코로나 퀸호에 탑승한 데이나 일행은 아무도 없는 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에서 유령이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리고 팀원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는다.

<로스트 보이지>는 유령선 영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승무원들이 모두 사라지거나 죽어버리고, 배는 오대양 육대주를 떠돌아다닌다. 후일 유령선을 발견하고, 배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기괴하게 죽어간다. <로스트 보이지>는 유령선 이야기에, ‘버뮤다 삼각지대’를 연결시킨다. 버뮤다 삼각지대가 다른 세상, 혹은 지옥으로 향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다른 세상의 존재들이 승객들을 모두 죽였고, 25년 뒤 돌아왔을 때에는 다른 세상의 존재들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

그런데 이 설정은 폴 앤더슨의 <이벤트 호라이즌>과 너무 흡사하다. 지옥에 갔다가, 지옥의 흔적 그리고 통로까지 가지고 온 우주선. 그것을 배로 바꾸면 바로 <로스트 보이지>가 된다. 게다가 유령선이 주는 공포가,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 슬픈 기억이나 죄의식 같은 것들을 떠오르게 하여 느끼는 두려움이라는 것도 한심하다. <솔라리스>부터 <이벤트 호라이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들이 되풀이해온 ‘기억의 두려움’은 이제 너무 식상하다. <로스트 보이지>에서 한 팀원은 전기를 고치다가, 저절로 작동하여 흘러내린 물 때문에 감전하여 새까맣게 타서 죽는다. 그리고 남은 팀원에게 전화로 말을 건네다. 유령선 영화라면, 당연히 이런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죽음과 공포로 승부해야 한다. 나치의 배가 유령선으로 변해 떠도는 이야기였던 <데드 쉽> 최고의 큰 공포가, 샤워실에서 쏟아지는 핏물과 물이 가득 찬 방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해골들이었던 것처럼.

<로스트 보이지>는 이미 봤던 이야기와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그런 대로 다음을 궁금하게 한다. 아론 역을 맡은, 한때 반항아 역 단골로 브랫팩의 기수였던 주드 넬슨과 <에이리언>에 나왔던 랜스 헨릭슨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B급영화는 역시, 조잡해도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 <로스트 보이지>에 부족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아이디어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