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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요 작품사 - 동화보다 아름다운, 캔디보다 달콤한
2001-03-27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부터 <라이온 킹>까지, 디즈니 100년을 이끈 주요 애니메이션

70년대, 아이들은 일요일 아침이면 늘 TV 앞에 모였다. 마법의 성 위로, 펑 하고 터지는 불꽃놀이. 디즈니랜드의 풍경이 펼쳐지면,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 등 친숙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유년 시절의 통과 의례 같은 것이었다. 그

이미지들은 거의 무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미키 마우스라든지 도날드 덕, 거짓말을 해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의 얼굴이나 하늘로 훌쩍 날아가는

피터팬의 몸짓은 필요할 때마다 바로 연상되는 원초적인 기억이다.

1923년 월트 디즈니(1901∼66)가 형 로이와 함께 ‘디즈니 브러더스 촬영소’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제작소를 차린 이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그림동화나 안데르센 동화 이상으로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20세기의 동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20세기의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감동시키고,

또 돈지갑을 열게 했을까. 거기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고, 디즈니는 어떤 전략으로 성공을 거듭해왔을까.

월트 디즈니 탄생 100주년인 올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는 것은 모두의 과거에 간직돼 있는 ‘디즈니’라는 이름의 그림책을

다시 한번 꺼내보는 일이 될 것이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환타지아> <밤비> <신데렐라>와 <인어공주>와 <라이온

킹>,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광을 만들어낸 주요작의 비법을 돌이켜본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 증기선 윌리 ::: 환타지아 ::: 덤보

::: 밤비 :::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 101마리 강아지 ::: 인어공주 :::

라이온 킹 ::: 미녀와 야수 ::: 포카혼타스

::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1937

동화보다 동화적인, 혹은 20세기의 '바람직한'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시대를 연 작품으로 기록된다. 누구나 알고 있을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디즈니는 가장 대중적인 작품을

원작으로 활용하여, '디즈니' 하면 바로 연상되는 '권선징악'이라든가 '행복한 결말과 화해' 등의 공식을 일찌감치 확립했다. 그림형제가 썼던

<백설공주>도 원래는 잔혹한 살해와 배신이 담긴 이야기였지만, 당시 지배층의 요구로 순화시킨 작품이었다. 디즈니는 그것을 더욱 온순하게 길들였다.

희로애락의 드라마와 그것을 감싸는 유머, 권선징악적 해피엔드로 다듬어진 고전동화는 월트 디즈니가 발견한 최상의 애니메이션 스토리였다.

디즈니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사랑하는 동화 속에서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캐릭터를 발견하고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백설공주>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가 되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집단으로만 존재하던 각각의 난쟁이들을 개성있고 독특한 캐릭터로 가꾸어냈고, 이야기 진행과정에

맞추어 흥을 돋우는 음악을 병행함으로써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동화의 각색에서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인어공주> 등등 디즈니의 동화 전략은 색깔을 달리해 끊임없이 반복된다.

디즈니의 첫 장편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가 돋보인 것은 기술상의 발전도 한몫했다. 동화를 그린 셀지를 앞에 놓고 그 뒤쪽에 배경을 그린

여러 장의 투명유리를 거리를 두고 겹쳐놓고는 맨 앞의 셀지에 초점을 맞춰 촬영을 하는 ‘멀티플레인’이라는 촬영기법을 도입하여 좀더 사실성 있는

영상을 선보인 것이다. 멀티플레인은 일일이 원근을 고려해 그림을 그리던 기존 방식으로는 도달하지 못했던 자연스러운 원근감을 만들어냈다. 14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공황기였던 30년대에 큰 성공을 거두었고, 대중이 현실을 잊고 안락한 동화의 세계에 빠져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 증기선 윌리

1928

미키 마우스 시리즈 제1탄. 최초의 토키 애니메이션으로 버스터 키튼이 나오는 무성영화 <증기선 빌 주니어>를 바탕으로 했다. 토키영화라고는

하지만, <증기선 윌리>에서 미키 마우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휘파람을 불고 동물들을 악기삼아 음악을 연주한다. 소의 이빨이 실로폰이

되고 암퇘지의 젖꼭지가 아코디언의 버튼이 되는 디즈니 특유의 유머러스한 설정이 이때 이미 등장한다. 모든 것은 생쥐 한 마리에서 시작했다고,

월트 디즈니는 말하곤 했다.

:: 환타지아

1940

이미지로 보는 음악의 세계

애니메이터로 일하던 팀 버튼이 디즈니를 박차고 나온 것은, 늘 똑같은 캐릭터에 이야기만 그려내기 싫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변주도 예술이긴 하지만, 늘 같은 방식으로만 변주하는 건 강요이고, 세뇌다. 팀 버튼처럼 유별나게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애니메이터에게 디즈니는, 사상의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디즈니도 때로는, 휘황한 실험정신을 발한다. 작년 아이맥스판 <판타지아 2000>으로도 만들어졌던 <판타지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판타지아>는 소리를 이미지로 표현하겠다는 야심적인 시도로, 각각의 애니메이터들이 서로 다른 스타일로 빚어낸 걸작이었다. 그러나 너무 시대를

앞서나간 탓에 <판타지아>는 당대의 관객들에게는 외면받는다.<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가 디즈니의 '이야기'를 확립했다면, <판타지아>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기술'을 한단계 고양시킨 작품이다. 처음으로 그림에 목소리를 입힌 토키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1928)를 만들었던 디즈니는

<판타지아>에서 소리와 그림을 하나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실험을 했다. <판타지아>는 바흐, 베토벤 등의 클래식음악 8곡을 고르고,

각각 음악에 맞는 이야기 혹은 이미지를 고안해낸 후 음악의 흐름과 느낌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애니메이션이다. <판타지아>는 음악의 청각적

요소와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요소를 결합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을 한껏 과시했다. <판타지아>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때로, 시대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것이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는 범작의 체증을 뚫어주기도 하고.

:: 덤보

1941

커다란 귀로 하늘을 나는 아기코끼리 덤보의 이야기 <덤보>는 빈약하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단순한 내용의 작품이다. 그러나 다소

지적이었던 <환타지아>의 후속작으로 관객의 만족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덤보>는 <피노키오>와 <환타지아>의 부진을 씻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디즈니는 곧이어 한결 섬세한 작품 <밤비>를 내놓았다.

:: 밤비 1942

사람과 함께 하는 동물, 인간 같은 동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뛰어난 장점 하나는 동물 캐릭터다. 미키 마우스에서 출발한 의인화된 동물은 물론이고, <정글북>이나 에

등장하는 동물은 움직임도, 감정표현도 극히 자연스럽다. 유난히 매력적인 동물캐릭터를 잘 만들어내는 디즈니의 첫 걸음은 <밤비>라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쿠엔틴 타란티노도 걸작이라고 칭할까. <밤비>는 동물캐릭터에 대한 디즈니의 기초훈련이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물들만 나오는 애니메이션 <밤비>는 아기사슴 밤비가 자라 숲의 왕자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큰 귀로 인한 콤플렉스를 가진 덤보가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던 <덤보>(1941)와 비슷하게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인 팰릭스 셀튼의 소설 <밤비-숲 속의 삶>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디즈니는 <꼭두각시 이야기>를 <피노키오>(1940)로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전반적인 내용의 각색 없이, 예쁜 원작의

이야기와 느낌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다. 동물들에 대한 의인화는 최소화하고, 자연의 생태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새끼사슴

두 마리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LA의 동물원으로 자주 ‘견학’을 다니기도 했다. 숲의 풍경과 동물들의 동작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실제 자연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그 위에 채색을 하는 기법을 쓰기도 했다.

<밤비>에서 시작된 철저하게 사실적인 동물캐릭터는 이후 50년도 더 지나 아프리카의 대초원을 그린 <라이온 킹>에서 절정에 달한다. <라이온

킹>은 <밤비>를 만들었던 그 세심함과 철저한 관찰작업을 이어받았다. 게다가 동물 그 자체의 묘사에다가, 적절하게 의인화된 모습을 통해

더욱 감동을 자아낸다.

:: 잠자는 숲속의 미녀

1959

디즈니 최초의 70mm 장편애니메이션. 테크니라마사의 70mm 영상을 사용했다. TV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큰 스크린을 마련한 것.

사상 최대의 제작비인 600만달러가 소요됐으나 싸늘한 평가와 함께 박스오피스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 신데렐라

1950

역시 디즈니에게는 동화가 어울려

2차대전

동안 디즈니 스튜디오는 장편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단편을 묶은 패키지만을 극장에 내보냈다. 그러던 디즈니가 장편작업에 복귀한 작품이 <신데렐라>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쟁홍보영화를 통해 꾸준히 수익금을 올려온 것이 <신데렐라> 제작에 밑거름이 됐다. 8년 만에 만드는 장편 <신데렐라>에

디즈니는 사활을 걸었다. <신데렐라>는 2차 대전 이전 만들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모든 경험이 하나로 농축된, 이야기와 형식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다.

1697년에 쓰인 찰스 페로의 동화 <신데렐라>를 원작으로 디즈니 스튜디오는 이야기와 음악적 특징에서는 <백설공주>를, 회화적으로는 <밤비>의

사실적인 묘사를 활용하여 <신데렐라>를 완성했다.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던 공식들만을 모방하여 만든 이 작품은 극장에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나 스토리전개를 보이지 못한 탓에 비평가들의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신데렐라>는 성공했고,

디즈니 스튜디오는 중단되었던 장편작업을 계속 전개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한다. 디즈니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식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양산해낸다.

:: 101 달마시안

1961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비용절감

은 디즈니 스튜디오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1959)의 상처를 딛고 야심차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전작이 실패한 여파로 월트

디즈니는 많은 스탭을 해고했고, 자신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디즈니랜드 같은 주변의 사업에 더욱 몰입해 있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은 처음으로 공동작업 없이 한명의 스토리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상황은 안 좋았지만 을 살린 것은, ‘제록스’라는 신기술 덕이었다. 원화를 트레이싱지에 일일이 손으로 옮기던 작업을 복사로

대체하여 작업능률을 높이고 오리지널 터치의 생생함도 보존하는 ‘제록스’ 기법은 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애니메이터의 감정이

살아 있는 다양한 표정의 터치가 그대로 트레이싱지에 옮겨졌고, 101마리나 되는 점박이 강아지들의 무수하고 다양한 움직임도 거뜬하게 스크린

위에 살아났다. 제작진의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제록스 기술이 없었으면 만들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작품이 바로 이었다.

생생한 필선으로 살아난 사랑스럽고 씩씩한 이 점박이 강아지들은 1996년 존 휴즈가 제작을 맡아 동명의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된다.

:: 인어공주 1989

디즈니 신화의 재림

1966년

폐암으로 월트 디즈니가 죽은 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몰락의 기미를 보였다. <멋쟁이 캣>(1970), <로빈 훗>(1973) 등의 잇따른

흥행저조는 80년대 초까지 이어졌고, 더이상 새로운 시도도 없었다. 1984년,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있었던 마이클 아이스너와 제프리 카첸버그는

각각 디즈니의 회장과 제작담당으로 새로운 팀을 짜, 디즈니의 변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리한 부진 끝에 디즈니는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다시 그것을 행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생각했다. 그들은 <백설공주>의 전략을 택했다. 바로 고전동화의 풍부한 감동을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해내는 것. 1989년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후 30년 만에 고전을 각색한 <인어공주>가 대성공을 거두고 애니메이션의 황금시대를 연 것은, 분명한 ‘마케팅’의 결과였다.

<인어공주>의 원작은 1837년에 안데르센이 쓴 <아이들을 위한 요정 이야기> 개정판에 수록되었던 동명의 동화다. 인간 세상에 매료된 아름다운

인어 에리얼의 이야기를 존 무스커와 론 클레민츠 감독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말괄량이 인어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기술적으로는 15만장 이상이라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셀을 사용하고 특수효과를 충분히 써서 부드러우면서도 파격적인 새로운 감각의 영상을 완성했다.

바다 한복판의 폭풍이나 요동치는 돛, 물고기떼, 수면에 반사되는 풍경, 물거품 같은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인어공주>의 약 팔할의 장면에는

특수효과가 사용됐다.

탄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실제보다 아름다운 영상과 감성을 울리는 음악, 재치있는 유머까지, <인어공주>는 팔릴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새롭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애니메이션이었다. 풍부한 뮤지컬 장면은 어린이와 청소년만이 아니라 20대 연인들까지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조력했다.

풍부한 조연캐릭터들이 자아내는 현대적인 유머는 곳곳에서 성인 관객의 웃음을 끌어냈다.

:: 라이온 킹

1994

디즈니의 절정, 그러나 고답적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라이온 킹>은 언제나 남의 이야기를 차용하던 디즈니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오리지널 스토리를 지어내 만든 작품이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디즈니 스튜디오가 과감하게 구미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를 직접 지어낸 것이다.

<라이온 킹>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데츠카 오사무의 <밀림의 왕자 레오>의

이야기는 물론 캐릭터까지 훔쳐갔다고 비난했다.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숙부 무파사에 의해 사자의 왕이던 아버지를 잃은 어린 사자 심바의 이야기 <라이온 킹>은 <밤비> 이후

다시 동물캐릭터가 주도하는 작품이다. <밤비> 제작 과정에서 동물원을 찾았듯이 <라이온 킹> 제작진은 아프리카 현지답사를 통해 실제 풍경을

스케치했고, 스튜디오에 아예 사자를 데려다놓고 동작과 표정을 연구했다. 들소떼가 화면을 가득 메운 채 달리는 장면의 스펙터클을 위해서는

따로 컴퓨터그래픽팀이 장기간 작업을 하기도 했다. <라이온 킹>은 엘튼 존이 주제가를 부르고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아 음악으로 감동을 강요하는

기존의 전략을 고수한다.

동물의 세계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사자는 밝은 색으로 나쁜 사자는 어두운 색으로 표현한다든지 한 것으로 인해 <라이온 킹>은 <알라딘>에

이어 인종차별적인 태도가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함’은 이즈음 계속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받는 공격이었다.

1995년 디즈니는 픽사와 공동으로 인형이 나오는 3D 디지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든다. 1996년에는 카첸버그가 드림웍스를 차리며

떠난 후 첫 작품 <노틀담의 꼽추>를 개봉한다. <노틀담의 꼽추>는 학부모들의 원망을 들을 정도로 성인용 작품의 색채를 더욱 강하게 띤

작품이었다. 이후 디즈니는 그리스신화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룬 <헤라클레스>(1997), 중국 민담에서 스토리를 따온 여성전사의 이야기

<뮬란>(1998), 열대밀림을 배경으로 한 <타잔>(1999), 그리고 <쿠스코? 쿠스코!>(2000)까지 다양한 신작들을 발표해왔다.

그것은 곧 끊임없이 좀더 신선한 소재, 감동적인 드라마를 찾아 다니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행보였다. 그러나 ‘디즈니적인 것’이 반복될수록,

무엇을 다루든 디즈니 것은 똑같다는 인상이 생겨나고 획기적인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관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져만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것, 비슷하면서도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기발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돈을 버는 것. 어떤 영화사와

마찬가지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도 동일한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 미녀와 야수 1991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야수의 성에 들어가 역시 사랑으로 야수에게서 왕자의 모습을 되찾아내는 여인 벨의 이야기. <비 아워 게스트> 노래가

흐르는 무도회 장면에서 화면은 매우 드라마틱한 카메라워크로 담아낸 듯한 영상을 그려낸다. 판타지를 뿜어내는 역동적인 영상이 인상적인 작품

<미녀와 야수>는 미국 내에서 6개월 이상 극장에 걸렸다.

:: 포카혼타스 1994

디즈니가 채택한 첫 실재 인물의 이야기. 인디언 처녀와 그녀의 마을에 들어온 영국인 개척자의 사랑을 그렸다. 제작진은 실재 이야기에서 가능한

한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부각시키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제프리 카첸버그가 제작에

관여한 마지막 디즈니 작품. 1994년 아이스너와의 불화로 카첸버그는 디즈니를 떠나 드림웍스사를 세웠다.

최수임 기자 sooeem@hani.co.kr

*참고문헌 : 황선길저 <애니메이션 영화사>(범우사 펴냄), 데이비드 코에닉저/ 서민수역 <애니메이션의 천재 디즈니의 비밀>(현대미디어

펴냄), 데이브 스미스저 (Hyperion), 밥 토마스저 "Disney’s Art of Animation-From

Mickey Mouse to Beauty and the Beast"(Hyper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