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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영화판, 그래도 파이팅이다!
2002-07-11

비디오 카페

이번달 비디오 가게 책자의 표지는 <네발가락>의 포스터다. 글쎄… 이 영화가 언제 개봉했더라? 열흘 전쯤에만 해도 전철에서 광고를 본 것 같은데. 책자 안에는 그 밖에도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를 영화들이 신작 프로로 소개되어 있다.

예전에는 비디오 출시가 이처럼 빠르지 않았다. 세달은 기본이고 반년에서 일년 가까이 기다려야 출시되는 게 보통이어서 그 기다림의 세월에 대한 무지막지한 짜증이 치솟곤 했다. 그랬기에 극장에서 막내린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컸고 그만큼 그 영화를 비디오로 보게 되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이 컸다.

요즘은 그런 기대나 아쉬움이 별로 없다. 아니, 그런 걸 아예 포기했다고 해야 할까.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들은 손쓸 틈도 없이 막을 내려버리고 아쉬워할 새도 없이 비디오로 나와버린다. 관객의 호응이 없는 영화일수록 더 빨리 비디오가 된다. 물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야 나쁠 건 없다. 돈도 절약되고, 목놓아 기다릴 필요도 없으니까.

다만 영화를 만든 제작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영화가 겨우겨우 일주일간 극장에서 턱걸이 인생을 마치고 며칠 만에 비디오로 환생하는 순간 그 제작과정에 담긴 엄청난 산고는 확 증발해버린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결국 비디오용 영화가 돼버릴 영화에 젊음을 투자해 비지땀과 묘한 자괴감 속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을 스탭들이 있을지 모른다. 잔인한 영화판이지만 그래도 한번 외쳐본다. 파이팅!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