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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 장항준의 고삐풀린 수다 140분 [2]

수다 3 Round

“어… 평은 나쁘지 않아, 아직 쌈마이라고는 안해”

장항준 차승원씨가 <광복절 특사> 하잖아. 주변에서 뭐라고 했는데, 잘하는 것만 하면 되죠, 그러더라고. 넓게 보다 깊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더라구. 차승원씨 태도는 휼륭해. 원래 차승원 설정이 결혼한 사람이 아니었거든. 그냥 조폭이었잖아. 그런데 하루는 조폭도 애아빠일 수 있지 않느냐 그러더라구. 결국 단순한 깡패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휴머니티를 차승원쪽에서 몰아간 것도 그 설정 때문이었어. 양철곤에게 가정이 있다는 설정이 만들어지면서 봉구 모친과 만나는 장면 같은 것도 만들어졌지. 좀더 서민적인 느낌 찾으려고 동네도 물색했어. 뒤에는 아파트, 앞에는 달동네가 있는.

장진 그거 어두워서 안 보여.

장항준 알어. 그걸 찍으려고 나갔는데 김성복 촬영기사가 이거 찍어도 다 빼게 돼 있어요, 그러더라구.

장진 김성복 기사는 너한테는 천군만마야.

장항준 그분이 연극배우였다구. 감정을 잘 알어. 컷하면서 김 감독님 눈치를 봐. 그러면 더 가야 하지 않아요? 그러고 배우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느꼈다는 거야. 거짓말이겠지 뭐, 드라마와 감정을 쫓아가는 촬영감독이라고. (또 <아톰> 주제가가 울려퍼진다) 아… 이건 받아야겠다. 종신이라서… 미안해 (어… 종신아, 어… 평은 나쁘진 않은 것 같어. 아직 아무도 나한테 쌈마이라고 안 해.)

장진 뭔소리야! 쌈마이야.

장항준 그래도 영화들어가기 전에 진이 니가 너 색깔을 잃지마라 하는, 당부 비슷한 거 했잖아. 색깔이 있으면 망해도 다시 할 수 있는데 색깔이 없으면 진짜 망한다고. 그거 명심하다보니 뺄 것과 절대 빼면 안 될 것에 대한 기준이 생기더라고. 예를 들어 비겁해져버리는 승객신 같은 것은 반복적이어서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보니 만족스러워.

장진 니 색깔이 아니다를 떠나서 작은 작업은 아닌데 니가 잘해낸 거야. 우려했던 만큼 니 색을 잃어버린 것 같지도 않고. 특히 땅콩을 머리로 까먹고 봉구 머리 위로 기왓장 떨어지고 하는 회상신은 그 지지리 못난 봉구에게 무기 하나를 던져주는 거잖어. 갑자기 <박봉곤 가출사건> 때가 떠오르더라고.

장항준 봉구는 이마가 단단하다. 그게 그의 무기다. 시침 뻑까고 가는 거지.

장진 그런 장면은 장항준 거다라는 티가 확 나더라고.

장항준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건 봉구 캐릭터였는데 처음엔 병신이었다가 나중에 람보가 되더라고.

장진 그러니까 이마설정은 잘한 거야.

장항준 박정우한테 이마이야기를 하니까 좋다고 하더라고. 아무리 어쩌고저쩌고해도 걔는 드라마를 아니까. 어떻게 가야 할지가 확실해. 상업영화의 정수를 꿰뚫고 있더라고. 어차피 상업영화니까.

수다 4 Round

“장항준 너, 맨날 술쳐먹고 돌아다니더니 꼴 좋다” 시절

장진 그러고보면 우리 학교다닐 땐 별로 안 친했다.

장항준 너는 서클활동만 열심히 하고 나는 다른 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으니까.

장진 아직도 니 생각만 하면 신춘문예 준비한다고 한껏 분위기 잡고 다니던 모습이 떠올라.

장항준 결국 나는 신춘문예 한번도 못 냈잖아. 처음 내가 너한테 배가 아팠던 건, 기억나니 김병욱 PD랑, <좋은 친구들> 회식하던 날. 니가 어디서 전화를 하고 오더니. ‘병욱이 형, 저 신춘문예 당선됐어요’ 하는 거야. 그때만 해도 신춘문예는 모든 작가들의 꿈같은 거였잖아. 비애감이 밀려오는 거야. 야! 이 장항준 새끼야. 너 뭐했냐, 이 새끼 만날 술 처먹고 돌아다니더니만 꼴좋다. 자괴감이 밀려오더라고. 결국 그 이후 방송사를 나갔지. 영화하겠다고. 결국 너 신춘문예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건 난데 뒤통수를 맞은 거지. 그렇게 니가 너무 앞서갔던 것 같아. 나는 늘 제자리걸음만 하고. <불타는 우리집> 엎어진 뒤에, 진이야 나 인터넷영화 한번 해볼란다 소개시켜주라, 살려주라, 충무로에 돈이 엄청 풀렸다는데 그 돈 다 어디 간 거냐 했잖아.

장진 난 사실 좀 짜증났어. 딴놈들한테 한 이야기지만 저 새끼는 왜 나한테 안 올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항준이만 온다면 내가 이런저런 거 세팅해서 영화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요이 땅!’ 시켜줄 텐데 왜 딴 데 가서 고생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야. 대한민국에서 입봉 감독은 데뷔작이 검증이야. 단편이고 유학이고 뭐가 필요있어. 너나 나나 김기덕이나 김지운이나 자기 하고 싶은 영화 있는 사람은 영화로 보여줘야 한다고. 시나리오 멀쩡한데 캐스팅이 안 된다는 건 프로듀서를 제대로 못 만나고 있는 게 뻔한데 이 새끼 폼 좀 그만잡고 빨리 들어와라 했다고.

장항준 내가 왜 미쳤다고 니 밑에 들어가냐, 그런 맘이 있었다구.

장진 나한테 온다고 ‘가우’ 죽일 게 뭐 있어. 나는 세팅만 해서 다른 영화사 소개시켜줄 텐데.

장항준 내가 워낙 ‘장진 때문에 배 아파서’라는 소리를 농담처럼 진담처럼 하고 다녔더니만 우릴 대단한 라이벌에 앙숙으로 아는 사람도 있더라고. 보는 사람마다 “장진 감독님 친구시라면서요” 묻는데 나도 좀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이고. 내가 기가 막히는 일이 한두개였는 줄 아냐. 영화세상의 안동규 사장이 하루는 시나리오 쓰는데 커튼 뒤 창문에 ‘장진 타도!’라고 써붙이는 거야. 왜 그래요? 물어보니까 “잠올 때마다 이거 보고 시나리오 쓰라고” 하시더라고. 나는 그저 솔직한 감정인데 딴 사람들은 악의에 찬 걸로 받아들이더라고.

장진 그런 소린 나도 많이 들었다. 두 사람 사이 안 좋다면서요, 하는 소리도 듣고.

장진

● 1971년생.

● 2월생이라 초등학교 입학 1년 빠름.

● 재수 안 함.

● 나이보다 1년 일찍 서울예대 연극과 입학.

● 동아리 활동 및 연극연출로 다소 시끌벅적한 대학생활.

● 예능 코미디 작가로 SBS <좋은 친구들>에서 일하는 동시에 ‘헐리웃 통신’ 리포터로 얼굴을 알림.

● 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천호동 구사거리>로 당선.

● 98년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로 파란을 일으키며 영화계에 등장.

● 99년 <간첩 리철진>으로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스타일과 인간미 흐르는 코미디로 ‘장진식 코미디’라는 수사를 얻음.

● 2001년 <킬러들의 수다>. 현재 멀티프로덕션 ‘필름있수다’의 대표.

● 노는 듯 일하는 느긋한 스타일.

장항준

● 1969년생.

● 평범한 달에 태어나 정상적으로 초등학교 입학.

● 재수함. 나이보다 1년 늦게 서울예대 연극과 입학.

● 신춘문예를 꿈꾸며 비교적 얌전한 대학생활.

● 예능 코미디 작가로 SBS <좋은 친구들>에서 ‘헐리웃 통신’의 대본 집필.

● <박봉곤 가출사건> 시나리오로 비상을 꿈꾸었으나 멀리 날지 못하고 좌절.

● <북경반점> 시나리오 작업. 그러나 다른 작가의 ‘버전’이 영화에 채택되고 크레딧에만 이름 올림.

● 2001년 <불타는 우리집>이라는 자작 시나리오로 영화를 준비하다가 엎어짐.

● 2002년 7월18일에 개봉하는 <라이터를 켜라>로 감독 데뷔.

● 최근 ‘필름있수다’의 작가팀 팀장으로 장진 사단에 합류.

● 술 먹기 전에 미리 택시비부터 빌리는 치밀한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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