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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리포트] 마이너리티 퀴어 리포트
2002-07-22

LA 최대의 퀴어영화제 아웃페스트 20주년 맞아로스앤젤레스 최대의 퀴어필름페스티벌 아웃페스트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7월12일부터 열흘 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는 세계 30개국에서 온 241개의 영화가 소개돼 LA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최대임은 물론 퀴어영화제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82년 UCLA 필름스쿨 졸업생 네명이 모여 만든 소박한 모임으로 시작됐던 이 행사는 당시만 하더라도 메인스트림에서 심한 검열의 대상이었던 게이 레즈비언 영화가 90년대 이후 퀴어시네마라는 새 이름으로 영화계의 언더그라운드에서 벗어나 바깥세상과 만나는 데 일조했으며, 영화제의 자식들인 토드 헤인즈, 구스 반 산트, 그렉 아라키가 1991∼92년 각각 <포이즌> <내 청춘 아이다호> <더 리빙 엔드> 등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당당히 메인스트림 영화계에 그 존재를 알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을 뿐만 아니라 <프렌즈식스피트 언더윌엔 그레이스> 같은 톱 랭킹 TV드라마들에서 읽어낼 수 있는 대중문화 속에 뿌리내린 퀴어적 감수성을 전파시키는 데도 큰 몫을 차지했다. 20년 동안의 우수 단편작을 묶어 ‘갈라’ 형식으로 오프닝을 연 영화제는 에이즈가 영화에 끼친 영향과 관련된 프로그램, 82년 1회 영화제 때 상영된 뒤 퀴어의 유명작으로 떠오른 <메이킹 러브> <리아나>의 특별상영, 그리고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참석자들의 개인적인 일상사를 담은 비디오를 상영하는 특별이벤트 등으로 꾸려진다. 세계 각국의 영화를 소개한 뒤 22일 홍콩 관금붕 감독의 신작 <란유>를 폐막작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제가 갈수록 명성을 얻어가면서 중요한 역할로 부각된 이유는 동성애를 논의하기조차 힘든 국가들의 게이영화가 과감히 소개되는 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올해 <변경의 수비대>라는 필름을 들고 온 슬로베니아의 마야 바이스는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레즈비언영화를 만든 감독일 뿐 아니라 장편영화를 만든 첫 여성 슬로베니아 감독이다. 호모포비아가 심한 동부 유럽의 분위기에서 레즈비언영화를 만들기에 험한 경로를 겪었을 감독의 고충은, 여성의 지위가 훨씬 낙후된 이란에서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남자처럼 행세하다 실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 <태양의 딸>에 비하면 그래도 좀 가벼운 듯하다. 이 밖에도 영화제에는 아랍 문화권과 튀니지, 세네갈 등 아프리카에까지 걸친 게이의 영화들이 소개됐다. 20주년을 맞은 지금의 퀴어영화제는 오히려 퀴어영화라는 것이 특수한 정체성이 될 수 있는가를 놓고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퀴어영화제의 스타영화는 이미 다른 영화제에서도 스타영화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출품된 세네갈영화 <카르멘 게이>는 올해 선댄스와 샌프란시스코 필름 페스티벌에서 관객의 환호를 받은 작품이며 미국의 <댓츠 마이 페이스> 역시 선댄스와 로스앤젤레스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또한 영화제에 참가한 영화들 역시 게이가 아닌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고 영화내용들도 폐쇄적인 데서 벗어나 게이들이 게이 아닌 이들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등 점차 보통 사람으로서 세상 속에 묻혀 살아가는 게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이곳 언론들은 이런 퀴어영화제들이 이제 아주 특별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로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가들을 끌어내고 마이너리티로서의 게이와 관련된 이슈와 토론을 제기하는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