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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제한상영가’ 결정으로 논란 불가피
2002-07-24

박진표 감독의 장편 디지털 영화 「죽어도 좋아」가 북한영화 「동물의 쌍붙기(원제 동물의 번식)」에 이어 `제한상영가' 등급을받음으로써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가 23일 오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위원장 유수열)를 열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한 것은 7분간의 롱테이크 섹스 신 가운데 구강 성교 대목과 성기 노출 장면 등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BS 다큐멘터리 PD 출신인 박감독이 실제 부부인 박치규(73) 할아버지와 이순예(71) 할머니를 내세워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죽어도 좋아」는 전주국제영화제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영화진흥위원회도 자막 번역 및 프린트 제작비 지원 대상작과 디지털 장편 영화 배급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메이필름의 관계자는 "국내외 평론가들과 영화전문기자, 그리고 영화정책기관까지 인정한 작품을 낡은 통념과 기계적인 기준에 맞춰 `제한상영가' 등급을 결정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판정 기준에 대한 시비에 앞서 더욱 큰 문제는 현재 국내에서는 제한상영관이들어서지 않았으며 당분간 들어설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다.

「죽어도 좋아」는 재심청구에서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현재 상태로 극장 개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영화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한상영관이 일반상영관과 한 건물에 들어설수 없고 일반영화와 함께 상영할 수도 없다.

더욱이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에 대해서는 비디오 출시를 금지하고 있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상영하려는 제작자나 수입업자도 없고, 제한상영관 운영 희망자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 5월 21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동물의 쌍붙기」의 수입사 나래필름의 정한우 대표도 290분의 러닝타임 가운데 동물의 성기가 클로즈업으로 노출되는 장면을 잘라내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은 "극장 상영을 위해 필름을 자를 생각은 전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월 26일 발효된 개정 영화진흥법의 `제한상영관' 규정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진 `등급보류'와 현재의 `제한상영관'이 별다를 것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영등위가 필름을 직접 삭제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리면 극장 상영을 하려는 제작사나 수입사가 불가피하게 필름을 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승우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은 "예전에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거나 이번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일반 상업영화들은 모두 `18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하게 하고 형법상 음란죄 조항을 개정해 제한상영관은 포르노를 상영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한상영관 도입을 반대해온 신국원 총신대 교수는 "제한상영가 영화의 선정성 수위를 현재의 에로 비디오 수준에 맞춘 뒤 비디오 출시 금지규정을 삭제해야만 현행법의 실효성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의 유진룡 문화산업국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춰 일반 극장 상영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영화도 상영 기회를 주는 쪽으로 법령을 개정했다"고 전제한 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정부가 제한상영관 활성화를 위해 나설 수도 없는 일인 만큼 국민적 공감대가 다시 모아지면 그때가서 보완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