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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베이비,원 모어 타임>의 배우 로버트 스티븐스
사진 이혜정황혜림 2002-07-24

브리트니하고 정말 닮았나요?

두 갈래로 땋아내린 블론드 머리, 탱크톱 위에 앞자락을 묶은 블라우스와 주름치마. 소녀적이면서도 어딘지 도발적인 차림으로 경쾌한 춤과 함께 <Oops!… I Did It Again>을 부르는 아이돌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눈썹도 더 짙고, 턱선도 좀더 두터워 보이는 그녀, 아니 그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닮은꼴 선발대회에서 많은 소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로버트 스티븐스. 우승하면 브리트니의 콘서트에 초대되어 그녀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조건에 끌려 대회에 참가한 그는 기대에 부풀지만, 그런 일은 모른다는 홍보 담당자에게 공연장에서 쫓겨난다. 브리트니는커녕 공연도 못 본 채 문전박대를 당한 기억은 “지금껏 당한 것 중 가장 심한 일”이지만,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사건이기도 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된 <브리트니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은 바로 그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브리트니…>는 지역 방송사의 청탁으로 브리트니를 인터뷰하기 위해 공연장에 갔다가 실패한 감독과 로버트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따라가는 영화. 새 영화의 제작비를 벌기 위해 인터뷰를 맡은 감독 슈미츠는, 사정이 여의치 않자 로버트를 취재하기로 한다. 브리트니와 그녀의 열성팬을 함께 담기 위해서라고 속이지만, 닮은꼴인 그를 실제 브리트니인 양 찍어서 방송사에 팔려는 속셈. 브리트니의 고향인 루이지애나까지 찾아가는 여정 동안, 로버트는 본의 아니게 브리트니를 연기한다. 식당에서 만난 트럭 운전사 아저씨들에게 천연덕스럽게 <Oops!…>의 안무를 가르치는가 하면, 10대 소녀들의 열띤 추격을 피해 쇼핑몰을 질주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허구지만, “유명인에 집착하는 미국인”들과 미디어 문화에 대한 경쾌한 우화와 한 게이 청년의 삶을 편견없이 들여다보는 진심이 담겨 있다.

공연장에서 쫓겨난 뒤 울다가 슈미츠 일행을 만나는 영화와 달리, 로버트는 “복수를 하고 싶어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고가 및 사이트에 글을 써보냈다고. 엔터테인먼트 TV와 E Online 같은 사이트, 라디오 방송 등은 그의 사연에 흥미를 느껴 보도했고,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에서까지 전화 인터뷰를 청해올 만큼 “브리트니를 닮은 드랙 퀸”의 이야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불과 1주일 만에 브리트니쪽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내 영화 제의도 들어왔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쉽게 오지 않는 일생 일대의 기회였다”는 그는, 유년의 꿈대로 배우가 됐다. 할머니의 손에 끌려 처음 영화관에 갔던 6살, <재너두>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올리비아 뉴튼 존을 보면서 “이거야말로 내가 할 일”이라 맘먹은 순간부터 지켜온 꿈대로. 부모의 반대도 있었지만, 연극무대와 일반인들을 소재로 꾸미는 TV쇼 게스트, 애너하임과 도쿄의 디즈니랜드에서 8년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거치며 꿈을 키워온 고집의 대가를 받은 셈이다.

첫 영화, 첫 주연작인 <브리트니…>가 올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는 거의 2년이 걸렸다. 시나리오와 감독이 수차례 바뀌는 진통 끝에 프로듀서였던 루디 보큰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고, 그동안 “브리트니가 스파이스 걸스처럼 반짝스타일 거라며 걱정했던” 프로듀서들과 달리 TV쇼 <미키 마우스 클럽>에서 11살짜리 브리트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확 띄었다는 그는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난 브리트니의 태도, 남부 특유의 소박한 매력을 좋아한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여신이면서, 동시에 이웃집 소녀 같은 느낌.” 1주일에 6일, 하루에도 16시간씩 20일 동안의 촬영은 중노동이었지만, 이름이 알려지면서 실제 브리트니와 “4분간” 만나기도 하고, “평생 여행한 것보다 이 영화 때문에 한 여행이 훨씬 많다”는 지금은 즐거운 비명이다. “앞으로도 절대 인터뷰에 질릴 리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관객을 만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배우 입문. 엔젤 벤튼이란 예명을 짓고, 더욱 대중적인 스타가 되기 위해 게이라는 성적 정체성을 숨기기보다는 “이웃집 소년처럼 평범한데 게이인” 엔터테이너로 남고 싶다는 자세를 다지면서, 그는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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