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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어느 일요일>, <봄산에>
2002-07-24

독립·단편영화

가족 (관계)은 축복이자 울타리이며, 질곡이자 저주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대인들의 가벼움, 개인주의, 윤택나지만 위선적이 배려 등이 포개지면, 점입가경의 경지로 접어들게 된다. 독립영화관(KBS 2 TV, 7월 26일, 새벽 1시 10분)에서는 그 가족 관계의 물신화 현상을 위트와 풍부한 테크닉으로 다룬다.

<어느 일요일>(줄리 가브라스, 35밀리, 컬러 7분, 1998, 프랑스)은 빛나는 교외의 햇빛 아래 자전거를 타고 부서질 듯한 아이의 웃음을 들으며 행복에 잠기는 어느 부부의 주말을 다루고 있다. 선남선녀의 부부와 광고에 나옴직한 아이, 최첨단 휴대폰과 고급 차, 점심식사를 알리는 종소리와 펼쳐지는 야외 식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표정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그 풍경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었다. 해가 기울자 그들은 다시 돌아가는데, 이 대목에서 막판 뒤집기식의 상큼한 반전이 일어난다. 단편 영화의 매력이 반전에 기댄다는 사실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지만, 관건은 반전의 계기와 타이밍 그리고 정보 배분의 효율성에 달려있다. 그런 측면에서 봐도 이 영화는 성공적이다. 그렇지만 공허하다. 그 공허함의 정체가 영화의 메시지가 주는 효과에서 비롯된 것인지, 시각 자체의 가벼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같이 방영하는 <봄산에>(이지행, 35밀리 컬러, 22분, 2002) 역시 가족 관계를 다루는 영화다. 평생을 속썩인 아버지는 죽는 순간에도 난처한 유언을 남긴다. 그래서 모녀는 관을 매는 인부를 사서 길도 불분명한 산길을 올라야 했다. 그리고 관이 부서지는 순간 모녀의 관계 또한 부서졌다. 한국식 가족 관계의 단면을 잘라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관계의 파괴와 봉합 역시 사랑과 증오의 작동 결과라는 것을 '애써' 말하고자 한다. 이효인/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