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컬처잼 > e-윈도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니까,<파이널 판타지11>
2002-07-25

컴퓨터 게임

누가 뭐래도 <파이널 판타지>가 게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게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로 단단히 죽을 쑤고 최신 시리즈의 판매량 역시 하향세를 보이는 등 예전의 위세만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늘 새로운 도전에 앞서왔던 <파이널 판타지>답게, 이번에도 역시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바로 온라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다. <파이널 판타지11>은 ‘플레이스테이션2’용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과감한 도전이다. 플레이스테이션2가 온라인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하드웨어인 건 틀림없지만 온라인 게임 한번 해보려면 추가로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브로드밴드 서비스용 모뎀조차 없다.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수시로 패치가 이루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요소들을 다운로드받아 데이터를 저장할 장소 역시 필요하다. 플레이스테이션2에는 하드가 없다. 온라인 게임을 하고 싶다면 역시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브로드밴드 유닛이라는 이름으로 모뎀과 하드 드라이브가 결합된 확장 유닛을 팔고 있으니까 이걸 사서 플레이스테이션2와 연결시켜야 비로소 <파이널 판타지11>을 플레이할 수 있다. 아직도 안 끝났다. 게임을 하며 채팅이라도 하려면 키보드도 장만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PC용 키보드로 어영부영 연결해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잠깐, 게임부터 사야지. <파이널 판타지11> 패키지부터 우선 사자. 다달이 사용료는 또 따로 낸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이 대개 월사용료만 받고 게임은 무료로 다운받는 것과는 좀 다르다. 참, 빼먹을 뻔했는데, 전용선이 깔려 있지 않으면 다 소용없다. 이 비용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 게임 한번 하는 데 도대체 얼마나 돈을 더 내야 하는 걸까? 우선 <파이널 판타지> 게임 패키지 값이 8만원가량에 월이용요금이 1만4천원이다. 전용선은 ADSL 중 제일 저렴한 걸로 잡아도 월 2만5천원은 생각해야 한다. 브로드밴드 유닛은 구입하려면 19만원선인데 월 1만2천원씩 내고 렌털할 수도 있다. 되도록 목돈 안 쓰고 빌릴 수 있는 건 빌려서 해결하더라도 초기 비용 8만원에 월 5만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화끈하게 전부 사버린다면 처음에 27만5천원이나 든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월 3만9천원씩 내야 한다.

일본에서 <파이널 판타지11>은 10만장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매번 300만장을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했던 걸 감안하면 솔직히 실망스럽다. 스퀘어와 해묵은 악연을 가지고 있는 닌텐도쪽에서는 “<파이널 판타지>는 실패했다”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발언을 해서 스퀘어의 분통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매달 수익을 올리는 온라인 게임 수익 모델을 한번 팔면 끝인 패키지 게임과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파이널 판타지11>의 온라인 회원은 8만명이다. 매달 1만4천원씩 1년을 플레이한다 치더라도 패키지 300만장을 파는 만큼의 수익은 올리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패키지만 사고 온라인 회원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자그마치 2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스퀘어의 야심이 실현되기에는 일본 온라인 게임 인프라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11편을 사지 않은 사람들이 12편은 과연 구입할까의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스퀘어의 미래는 별로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