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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선 <YMCA야구단>에 묻는 7문 7답(3)
2002-08-02

왔소이다,쳤소이다,날아가외다

김혜수는 신마다 옷이 바뀐다?

20년 동안 무대의상과 영화의상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정경희씨의 손을 거쳐 부활된 <YMCA…>의 의상은 양장과 한복이 혼재하던 1905년 격변기의 시대상황을 눈으로 증명시킨다. 지금의 야구유니폼과는 달리 넓은 통에 발목을 조여주는 한복 형태의 바지에 서구식 상의, 그리고 캡을 착용한 YMCA야구단의 유니폼은 YMCA야구단과 YMCA축구단이 함께 찍은 1907년의 낡고 침침한 단체사진 한장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의상을 결정하는 건 디자인보다는 어떤 옷감을 쓰느냐에 달려 있어요. 지금 생산되는 천으로는 아무리 똑같은 디자인으로 재단한다 해도 그 시절의 느낌을 뽑아내기 힘들죠.” 그래서 황학동 등지의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옛날 이불보를 사용해서 옷을 짓기도 했으며 심지어 벨기에의 헌 앤티크숍에서 1900년 초의 아이보리 드레스를 공수하기도 했다. 출신 성분이 미천한 량현, 량하가 연기한 쌍둥이의 옷이나 외야수 은의 옷은 옷감을 돌로 쳐서 낡게 만들고, 잘근잘근 꿰매서 자연스럽게 낡은 느낌을 주었다. 모두 자연염색을 기본으로 의상을 제작하다보니 처음엔 주황색이던 송강호의 조끼는 몇번 세탁을 거친 뒤엔 분홍색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옷의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은 남자배우들과는 달리 유일한 홍일점인 민정림(김혜수)의 의상은 총 12벌이나 제작되었다. 물론 당시는 엉덩이쪽을 한껏 부풀리고 어깨 펍도 볼륨을 강조하는 장식적인 스타일이 유행했지만 민정림이 활동적인 야구감독인 것을 고려하고 배우의 신체조건에 맞추어 기본형식에서 조금씩 간소화시켰다. “이 어깨라인 보이시죠? 보통 어깨선보다 조금 안쪽으로 제단해주셔서 훨씬 날씬해 보여요.” 그 어느 때보다 살이 내린 김혜수는 의상들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민정림의 옷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보였던 공주풍의 귀여운 장식에서 색깔톤이나 길이면에서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으로의 변화를 보인다. “하지만 저는 늘 배경그림에 더 애정을 느껴요.” 주인공들은 의상보다 배우의 얼굴과 대사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엑스트라에게 의상이 곧 대사와도 같다는 것. 결국 정경희씨는 일일이 엑스트라에게 입힐 옷까지 손으로 염색하고 바느질하며 총 120벌이 넘는 의상을 제작해 내게 되었다.

촌스러운 시대의 영화라 촌스러울까?

얼핏 의상이나 시대배경 “…하시오” 같은 대사톤만 듣고 있자면 상당히 ‘올드’한 느낌일 것 같은 <YMCA…>의 이야기와 형식은 도포입고 배트잡은 송강호의 티저포스터만큼 언밸런스하다. TV의 스포츠중계마냥 화면에 선수들의 위치가 표시되는가 하면 화면분할까지 선보인다. 게다가 ‘하일송’(임현식)이라는 야구해설가가 등장해 “쳤소이다. 날아가외다”며 경기의 진행상황을 중계한다. <황성신문>이 날아와 스크린 위를 덮치고 공이 카메라를 깨어버릴 듯 날아온다. 시나리오 곳곳에 만화 같은 콘티들이 숨어 있다. 제작자는 “아직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지만 아주 얌전한 <소림축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이런 언밸런스야말로 제작팀이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어두운 시대의 밝은 이야기, 동양과 서양, 신식과 구식, 이 모든 부조화야말로 <YMCA…>를 이끌어 나가는 진짜 원동력”이라며.글 백은하 lucie@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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