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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com에 접속해보라
2002-08-07

최근 공포영화를 보면 기술의 진보를 가장 적극 활용하는 건 각종 악령들인 모양이다. 예전엔 원귀가 서릴 수 있는 매체가 부채나 인형, 반지 따위의 고답적인 소지품에 머물렀지만, 최근엔 핸드폰(<폰>), 이 메일(<하얀 방>), 인터넷 사이트(<피어닷컴>) 등 기술 진보의 모든 첨단분야를 한을 품은 영적 존재들이 장악했으니 말이다. 이런 작품들이 진정으로 새로운 공포를 담고 있는지, 아니면 진부함을 감추려고 소재만 첨단분야를 동원한 건지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1982년 데뷔 이후 공포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온 윌리엄 말론 감독의 <피어닷컴>은 인터넷 사이트에 원귀가 서려 있다는 설정의 공포영화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중년 남자가 지하철 궤도에 내려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독일에서 유학온 여학생이 욕조 안에서 숨지고 용의자인 젊은 남학생 또한 유치장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눈에서 출혈을 한다는 점이다. 뉴욕시 경찰국 형사 마이크(스티븐 도프)는 이들의 죽음이 신종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 보건국에 지원을 청한다. 보건국의 조사원 테리(나타샤 멕엘혼)가 조사에 합류할 즈음 보건국 국장이 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그의 컴퓨터는 총격이라도 당한 듯 파괴돼 있다. 이 컴퓨터를 단서로 마이크와 테리는 희생자들이 공통으로 ‘피어닷컴’이라는 공포 사이트에 접속한 뒤 48시간만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어닷컴’은 광기에 사로잡힌 의사가 운영하는 살해장면 실황중계 사이트다. 마이크와 테리는 이 불길한 사이트에 직접 접촉을 시도한다. 살해장면의 인터넷 중계와 게임 사이트에 원귀가 서려 있다는 발상은 확실히 인터넷 시대에나 가능한 한 괴이한 발상이다. 그러나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력’이 전혀 없어 일단 아쉽다. 감독은 관객에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느낌을 주기 위해 ‘피어닷컴’ 장면을 낮은 해상도의 화면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는 건 이런 첨단기술과 관련한 장치보다는 원귀가 현실에 나타나는 고전적인 장면들이다. 결국 <피어닷컴>의 소재는 첨단이지만 연출은 장르의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8일 개봉.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