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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낮은 목소리2>
2002-08-08

피의 불도장을 찍어라

뜨거운 햇빛과 흐르는 땀은 환희로 들뜬 해변가와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물을 위해서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8월이다. 휴가다. 모두가 그리는 휴가지만 젊은 연인들에게 휴가는 더 각별하다. 동시에 8월의 한가운데에는 광복절이 떡 버티고 있다. 이 요사스런 세상에 일본의 종군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2>(KBS 2TV, 8월9일, 밤 12시50분)가 있듯이, 그렇게 8월에는 광복절이 있다. 1부에서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증언과 일본대사관 앞 시위를 볼 수 있었다면, 2부에서는 그들의 일상 혹은 숨겨진 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 할머니들은 타고난 성질대로 살아가신다. 끝까지 일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는 분이 계신가 하면, 어떤 분은 자주 술을 드시며 ‘서방을 그리워하는’ 속내를 탁월한 은유와 능청으로 드러낸다. <낮은 목소리 2>(감독 변영주, 35mm, 컬러, 71분)에는 감독이 내레이터인 동시에 직접 화면에 나와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친밀성은 강화되지만, 사적인 다큐멘터리와 객관적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결국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 감돌지만 카메라는 방황한다. 감독의 스산한 마음이 카메라의 방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불도장 같은 분노! 휴가와 섹스는 일상이지만 역사적 상처는 영원한 불도장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불도장을 찍자.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