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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펙티브디 부문 - 유명 작가들의 디지털 영화 8편(1)
2002-08-21

농담,진담을 만나다

<파르코 픽션>

일본/야구치 시노부·스즈키 다구치/2002년/65분/HG720P

<워터 보이즈>의 야구치 시노부가 <원피스 프로젝트>를 함께 만든 친구 스즈키 다구치와 함께 일본 파르코 백화점의 지원을 받아 다섯개의 경쾌한 에피소드를 엮었다. ‘파르코’라는 이름의 근원을 밝히는, 서로 머리와 꼬리를 맞대는 사건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첫 번째 에피소드 <파르코 탄생>부터 각기 신비하거나 어처구니없거나 따뜻한 사연들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두 번째 에피소드 <입사시험>. 파르코 백화점에 들어간 신입사원이 이상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 에피소드의 끝은 세 번째 <하루코>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고, 각각의 에피소드는 그런 식으로 또 다른 에피소드에 끼어든다. 친한 친구 둘이 농담하며 낄낄대듯 만든 <파르코 픽션>의 재기는 파나소닉 HG720P 카메라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힘입은 것. 딸깍대는 소음으로 한편의 공연을 연출하는 엔드크레딧마저 이 장난스런 영화에서 톡톡히 제몫을 해낸다.

<피의 꽃>

프랑스·스위스/알랭 타네/2002년/100분/DV

궁지에 몰린 두 여성의 심리를 민첩하고 잔인하게 파고드는 디지털카메라 위에, 고아로 자란 작가이자 주연배우 메지에르의 절절한 시나리오가 연민을 부르는 영화. 이야기는 정신적 혼란 속에서 연상의 연인을 살해한 열네살 소녀 팜으로부터 시작한다. 5년 전, 팜은 클럽 댄서인 어머니 릴리와 모텔을 전전하고 있었다. 곧잘 사랑에 빠지곤 하는 릴리는 남자에게 버림받을 때마다 절망에 휩싸여 추락하다가 어린 딸을 아동복지기관에 빼앗기고 만다. 세월이 흐르고, 어렵게 릴리를 만난 팜은 그녀의 비참한 현실을 견딜 수 없어한다. 영리하고 독립적이었던 팜이 어떻게 릴리를 닮아가는지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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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인과 공작>

프랑스/에릭 로메르/2001년/125분/DV

여든을 넘긴 노감독이 디지털카메라를 잡으면 이렇게 신기한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다. 프랑스 혁명기의 파리, 당대 최고의 명사들과 연인으로

지냈던 영국 귀부인 그레이스 엘리엇의 사적인 기록을 담은 <영국 여인과 공작>은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디지털카메라의 공식을 대담하게 이탈한다.

영화가 한없이 느리고 우아하게 흘러가는 것. 로메르는 서른일곱 점의 배경 그림을 블루 스크린에 투사한 뒤 후반작업에서 디지털 기술로 배경과

인물을 봉합했다. 이 새로운 도구를 손에 든 로메르가 애정을 기울인 것은 가능하지 않았던 영상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 아니라, 역사를 싸고도는

한 여인의 고집과 사람들 사이의 대화다.

<데리다>

미국/커비 딕·에이미 지어링 코프먼/2002년/85분/DV

하이데거는 “철학자는 출생과 죽음, 그의 사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영화 속에서 되풀이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자유자재로 거리를 조절하면서, 때로 그의 손끝까지 다가가 대화를 나누다가 멀찌감치 관찰하기만 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예일대에서 데리다의 강의를 듣다가 카메라를 들게 된 두 감독 커비 딕과 에이미 지어링 코프먼은

끊임없이 ‘전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데리다에게 따라붙는다. 좀처럼 보기 힘든 데리다의 사생활과 질문 자체에 반박하며 질문을

던지는 데리다의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영화. <마지막 황제>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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