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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패트롤
2002-08-22

누가 경찰을 두려워하랴

Super Troopers, 2001년 감독 제이 칸드라세카 출연 제이 칸드라세카, 스티브 레미, 폴 소터, 마리사 코클란, 대니얼 폰 바르겐 장르 코미디 (폭스)

<와일드 패트롤>을 보고 있으면 <폴리스 아카데미>가 떠오른다. 84년에 만들어진 <폴리스 아카데미>는 경찰학교에 들어간 다종다양한 인간들이 갖은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되기를 원하는 인간들답지 않게, <폴리스 아카데미>에는 정말 한치의 자긍심이나 책임감, 준법의식도 없다. 장난치고 소동을 벌이는 게 유일무이한 즐거움이자 생활이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잡하지만 <폴리스 아카데미>가 유쾌한 이유는 그것이다. 아프지 않은 폭력.

세월이 흐른 만큼, <와일드 패트롤>은 모든 면에서 <폴리스 아카데미>를 능가한다. 캐나다 국경 근처 버몬트 주의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인 소니, 맥, 래비트, 포스터, 파버는 과속하는 차를 세워놓고 ‘야옹’ 소리 열번 하기, 말 따라하기 같은 장난으로 시간을 때운다. 휴게소에 가면 시럽 한통 빨리 먹기 대결을 하고, 탈의실에서는 신참을 사물함에 집어넣고 면도크림 목욕을 시킨다. 눈감아달라는 대가로 여자가 유혹을 하면, 남편이 보고 있어도 당장 껴안고 키스를 시작한다. 소니 일당에게 장난은 일상이요, 인생의 유일한 목표다. 상식과 안정을 요구하는 세상의 시선은 이들에게 어떤 장애도 되지 못한다. 그렇게 살다보니 좋은 점도 있다. 이들의 생활은 60년대의 히피에 필적할 만큼 자유롭고, 또 여유롭다. 그리고 어떤 금기와 편견도 없다.

주정부는 예산 절감 차원에서 실적이 나쁜 순찰대를 폐쇄할 계획을 세운다. 날마다 장난치느라 바쁜 소니 일당이 단속할 시간이 제대로 있을 리 없다. 당연히 1차 감축대상이다. 관할이 일부 겹치는 경찰서장 그래디와 앙숙인 오해건 대장은 단속을 강화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린다. 캠핑카에서 여자의 시체와 마리화나가 발견되고, 며칠 뒤에는 대형 트레일러에서 비누로 위장한 마리화나를 찾아낸다. 그러나 지역 경찰에서 자신들의 소관이라며 순찰대의 접근을 불허한다. 순찰대의 폐쇄를 눈앞에 둔 소니와 동료들은 마지막 작전을 세운다.

<와일드 패트롤>의 각본을 쓰고, 직접 출연한 ‘브로큰 리자드’는 뉴욕과 LA 등의 무대에서 10년 이상 활동해온 코미디 그룹이다. 제이 칸드라세카는 연출까지 맡았다. <와일드 패트롤>은 오랜 세월 호흡이 다져진 팀의 작품답게, 소소한 즐거움이 곳곳에서 배어난다. 동작과 눈짓 하나도 척척 들어맞고 엽기적인 상황도 재치있게 다듬어낸다. <와일드 패트롤>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젊은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고,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