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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빛 보는 영화 <둘 하나 섹스>
2002-08-22

헌법재판소로부터 ‘등급보류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던 영화 <둘 하나 섹스>(제작 인디스토리)가 9월 19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봉한다. 97년 촬영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비로소 일반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헌재의 결정에 이어 10월 법원으로부터 등급보류 취소판결을 얻어내 일반 상영의 길이 열렸지만 재편집과 재녹음 등을 거쳐 22일 뒤늦게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를 신청했다. <둘 하나 섹스>는 영상물등급위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보류를 받았을 만큼 충격적 장면을 담고 있지만 저급한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영화는 아니다. 당시 영상물등급위가 문제 삼았던 성기 노출 대목도 재편집 과정에서 들어냈다.

이야기는 제1부 <서른-현대의 순교>와 <열아홉-풍자가 아니면 해탈>로 나뉘어진다. 두 남녀가 알몸으로 등을 대고 앉아 ‘배고프지 않아?’라고 묻자 ‘고파’라고 대답한다. 둘은 이내 격렬한 섹스를 시작하고 다시 대화를 나눈다. ‘배고파’‘아무것도 먹지 말자,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자’‘섹스만?’ 거리에 나선 남녀는 수중에 남은 만원짜리 한장마저 적선한다며 거리에 날려보낸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 남자가 ‘황혼이 보이는 나이’라고 대답하자 여자는 ‘아, 서른’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제2부에서는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등장한다. 카페에서 축배를 들던 이들은 여인을 두들겨패는 중년 남자에게 맥주병을 내려치고 도망친다. 여자가 ‘언제까지 살 거야?’라고 묻자 한 남자는 ‘스물’이라고 대답한다.

1부와 2부의 주인공들은 모두 총탄 세례를 받고 숨진다. 섹스를 통해 죽음에 이르는 이미지를 그려냄으로써 에로틱한 감정보다는 슬픔이 짙게 밴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다. 폭압적인 80년대나 모든 욕망이 분출되는 90년대나 섹스 말고는 탈출구가 없고 그 끝은 죽음이라는 사실을 은유하고 있다. 대사도 별로 없고 줄거리마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이 영화는 한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하다. 평소 실험성 강한 독립영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은 불편함과 지루함을 참기 힘들다. 어쿠스틱 기타와 풍금으로 이뤄진 배경음악은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생경한 화면을 바꿔주지는 못한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의 주연으로 데뷔했던 주연 김중기는 이 영화에 이어 <북경반점>과 <정글쥬스>에 등장했고 여주인공 서정은 <섬>에서 주인공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