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죽어도 좋아> 재심의 배경과 전망
2002-08-28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 <죽어도 좋아>에 대한 재심에서도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성기 노출이나 실제 성행위 장면 등을 수용할 만한 여건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록 70대 노부부의 사랑을 묘사하기 위해 정사장면의 사실적인 표현이 불가피했다는 박진표 감독의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18세 이상 관람가로 낮춰줄 경우 앞으로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수위의 표현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김수용 영상물등급위원장은 지난달 말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의 초심 결정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면 앞으로 큰 문제가 될지 모른다’면서 성적 노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27일 회의에서도 많은 위원들이 ‘이 영화를 포르노로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영화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사인 메이필름은 지난 9일 재심을 신청하면서 소위원회의 결정이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과 항의가 잇따른 것은 물론 현재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상영할 제한상영관이 없어 영상물등급위원들이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4 대 4로 팽팽했던 소위원회의 의견 분포도 전체회의에서는 10 대 5로 크게 벌어졌다. 영상물등급위원 15명의 평균연령이 영화등급분류소위원 9명보다 1.3세 가량 적지만 보수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인사가 많은데다 위원 사이에 영등위의 위상이 흔들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죽어도 좋아>에 대한 재심 결정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볼 권리를 둘러싼 논란은 영화계를 중심으로 계속 번져나갈 전망이다. 영화인회의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이번 논란이 등급분류에 대한 구체적 기준의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영등위에 공청회 개최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태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기는 것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은 ‘등급보류’와 다를 것이 없다는 점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이필름은 박진표 감독과 배급사인 IM픽쳐스와 28일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재심 결정이 내려진 뒤 3개월이 지나야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에 다시 등급심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필름을 일부 삭제할 경우 다른 필름으로 간주해 언제든지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