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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열풍,애니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
2002-09-05

애니비전

신의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살아가던 인간들, 인간적인 고뇌를 안고 살던 수많은 신들. 이들이 함께 숨쉬던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다. 최고의 신 제우스, 결혼과 가정의 신 헤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전쟁의 신 아레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음악과 예언의 신 아폴론,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독교와 함께 서양 문화의 양대 축인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다. SBS와 가나에듀테인먼트, 동우애니메이션이 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은 가나출판사에서 발행 중인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작으로 하는 39부작 TV 시리즈. 12권까지 나온 이 만화는 현재까지 300만부가 팔리면서 출판계의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8월28일 제작발표회를 마친 애니메이션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은 원작만화처럼 지연, 지우 남매와 아버지가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될 계획으로, 액션어드벤처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다. 방영은 11월 예정.

제작진을 면밀히 살펴보면, SBS가 방영시간대 라인업, SBS프로덕션이 마케팅, SBSi가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가나에듀테인먼트가 기획, 동우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다. SBS프로덕션과 SBSi를 포함한 다섯 회사가 모두 투자해서 제작비를 총 46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눈치챘겠지만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제작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주체들이다. 요즘 추세가 방송사, 기획사, 제작사의 효과적인 라인업이라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이름은 기획사지만 사실상의 기획 능력을 상실한 채 마케팅만 담당하는 곳들이 없지 않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은 만만치 않은 라인업으로 뭉쳤다. 먼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방송사의 자세다. 계열사까지 연동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SBS는 제작발표회에서는 상담 창구까지 직접 만드는 열의를 보였다. 본사는 물론 계열사까지 모두 제작비를 투자하는가 하면, 시간대는 6시30분으로 편성할 계획이란다. SBS 김재영 PD는 “장기적인 노출을 위해서 39부작으로 가되, 초반에는 주 2회, 중반에는 주 1회로 갈 예정이다. 현재는 39부작 예정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획사인 가나 에듀테인먼트는 애니메이션계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천년왕자 가우치>를 기획했던 주요 멤버가 그대로 모여 있는 곳이다. 세영동화 시절부터 경험을 쌓아온 인력들이 전열을 가다듬은 셈이다.

제작사인 동우애니메이션은 <유니 미니 펫>과 <바스토프 레몬>을 제작하면서 해외 작업뿐 아니라 국내 작업에 대한 역량도 증명한 곳. <오! 나의 여신님>을 제작한 일본의 AIC가 동우애니메이션과 연계해서 시나리오 일부와 콘티를 담당한다. 원작만화에서 39화를 선별해 구성될 애니메이션에서는 패러디와 드라마적 요소를 더욱 강화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SD 캐릭터 버전도 귀엽다. 현재 8화까지 동시 제작진행중. 몬스터물을 능가하는 다양한 캐릭터에, 초등학교 고학년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라, 그것도 <그리스 로마 신화>라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의 말대로, 역사가 전설이 되고 전설이 신화가 되면서 잊혀져서는 안 될 것들이 잊혀지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움직이는 그림으로 살아날 수많은 신들,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신들의 모습을 어서 보고 싶다.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