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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니 모레티 감독의 <4월>
2002-09-12

나의 `정치`일기

Aprile 1998년감독 난니 모레티 출연 난니 모레티EBS 9월14일(토) 밤 10시

난니 모레티는 최근 국내에 <아들의 방>을 통해 소개된 적 있다. 이 영화만 본 사람이라면 정통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연출자로 난니 모레티를 기억하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이전까지 감독은 전혀 상이한 영화를 만들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이탈리아의 우디 앨런’이라고 칭해진다. 그럼에도 우디 앨런과 비교할 때 난니 모레티의 관심사와 영화적 행보는 차이가 있다. 우디 앨런이 뉴욕과 남녀의 섹슈얼리티, 재즈음악에 관해 일관된 관심을 보인다면 난니 모레티는 정치문제에 민감하다. <4월>은 감독의 ‘정치영화’ 중 한편으로 1996년을 중요한 기점으로 삼는다. 이탈리아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게 된 것인데 감독은 격변기에 관한 스케치, 득남에 관한 개인사를 에세이풍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4월>에서 난니 모레티는 실명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만드는 난니 모레티는 이탈리아 정치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마음먹는다. 이탈리아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게 된 해에 난니 모레티는 아들을 얻는다. 마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아들이 태어난 날, 선거에서 좌파의 승리가 확정되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거리엔 시민들의 함성이 넘쳐흐른다. 난니는 아들의 탄생을 기뻐한다. 이후 난니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하면서 이탈리아 정치현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그는 연출, 주연뿐 아니라 제작과 각본을 겸하기도 한다. 다른 이의 간섭이 필요없는 ‘나 홀로’ 시스템이다. 같은 특징은 영화에도 스며들어 있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 가족과의 사소한 에피소드 등 <4월>은 연출자의 자기반영성을 중요하게 취급한다. 또한 영화 속 난니 모레티는 정치 토론에도 빠지지 않는다. 감독의 정치 성향을 분류하자면 중도파 회의론자에 가깝지 않을까? 온갖 매스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난니 모레티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TV와 잡지, 신문 등 언론에 대해 그는 좌우익 구분을 뛰어넘어 분노하고 좌익의 상업논리에도 저항한다. 이를 요약하는 것은 세상에 갓 태어난 아들과 난니 모레티가 방에 깔린 일간지 지면 위에서 태평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될 것이다. 매스미디어, 특히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매체 성격을 논하면서 영화란 무엇인가를 재고하는 것은 감독 영화의 주요한 테마다.

<4월>은 영화서사가 사소한 에피소드의 나열로 이루어진 탓에 한편의 개인적 기록 같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결말로 향하면서 전작 <나의 일기>(1994)와 연결되는 구석이 있다. 스쿠터를 타고 달리면서 난니 모레티는 이탈리아의 전원 풍경을 마음껏 음미한다. <4월>에서 가장 느긋한 이 대목에서 카메라는 난니 모레티의 뒤를 따르면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모든 회의(懷疑)로부터 잠시 해방됨을 뜻하는 것이다.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