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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Free Talking, 조광희 vs 임상수(3)
2002-09-13

♂지·♀지,슬픈 육체, X같은 검열

■■■ 임 :: :: 제한상영관이라는 게 외국의 포르노영화 틀어주는 곳이잖아. <거짓말> <죽어도 좋아> 다 어떤 예술적 성취를 한 영화인데, 그걸 포르노 극장에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지. 그게 한국의 문화적 자산인 건데…. 복잡한 것 같지만, 이 싸움에서 쟁점은 ♂지, ♀지, 털이 안 된다는 것 외에 하나도 없어. 그런데 왜 ♂지, ♀지 보기를 두려워하지? 나는 내 ♂지는 매일 보고, 내 마누라 ♀지는 가끔 보지만. (웃음) 여자 입장에서는 반대일 거고. 내것 아닌 그걸 못 볼 때 또 너무너무 그리워하는 건데. 그걸 보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도대체 뭐지. 섹스하는 건 되는데 ♂지, ♀지는 안 된다, 그게 뭔가. 혼자서는 보면서 극장에 모여서 보는 것에 대해 대단히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그건 정신병리학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

■■■ 조 :: :: 법률적으로도 전체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거든요. 뭐가 보이면 안 되고, 안 보이면 되고가 아니라. <죽어도 좋아>의 경우 전체 맥락에서 음란하지 않다는 건 심의위원도 다 동의하는 거잖아. 그걸 잊어버리고 부분에 집착하고 있는 거죠. 그 영화를 보고서 음란성을 느낀다면 굉장히 절륜한 거죠. (웃음) 내가 알기로 미국에는 신체의 특정부위는 음란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대요. 그건 당연하지. 의학서적들 다 어떻게 해. 언제나 맥락과 의도가 필요한 거거든.

(임상수) :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다니, 한국영화의 자산으로 여기려는 어른스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걸 잘라서 훼손하고 못 틀게 하려는 건, 사회에서

밥깨나 먹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지. 돈도 없고 젊은 감독이 이런 영화를 찍었으면 이걸 문화자산으로 품을 노력을 하기는커녕 훼손하려는

건 이해가 안 가."

(조광희) : "18세와 제한상영을 음란 기준으로

나누라는 건 아니고, 음란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상영관에 틀어서 광고 버젓이 하는 게 청소년 등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는

거지. <죽어도 좋아>는 지금 음란죄 판례대로 봐도 위반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보지만 그 전에 사법기관도 아닌 등급위가 판단할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는 거지."

■■■ 임 :: :: 우리 어머니가 전주영화제에서 <죽어도 좋아>를 봤거든. 내가 그거 본다니까 지저분한 영화 왜 보러 가니 하시는 거야. 그건 어머니의 견해인 거지. 영화 보고 어머니에게 얘기했다. 나도 저렇게 늙겠구나 싶었다고. 그랬더니 어머니가 물끄러미 보시더라고. 그게 아름다운 풍경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건 어때? 나는 <지금 죽어도 좋아> 보고 싶다, 그런데 당신들 때문에 못 보고 있다, 그러면서 등급위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

■■■ 조 :: :: 헌법이 말한 표현의 자유가, 자기의 표현 자유뿐 아니라 수용자의 자유도 포함하는 거긴 한데. 제가 느끼는 감각으로는 아직 우리 법원에서 받아들일 단계가 아닌 것 같아.

■■■ 임 :: :: 보수적인 변호사네. 진보적인 변호사 한번 찾아봐야 겠어. (웃음)

■■■ 조 :: :: 보수적인 게 아니라, 당신들한테 질 싸움을 하라고 하기 싫다는 거야. 가면 무조건 케이오될 애를 세계 챔피언 내보내면 안 되잖아. 최소한 1, 2회전은 버텨야 내보내는 거지.

■■■ 심보경(이하 심) :: :: 아까 감독님이 아버지 세대가 하루하루 때우면서 살아왔다고 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문제는 전부터 되풀이돼온 건데 그때그때 근시안적으로 보고 대응한다고요.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서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제가 구체적인 안을 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가면 2004년 9월에 <씨네21>에 또 똑같은 대담이 나올 거라고요.

■■■ 임 :: :: 그건 감독들이 해야 하는데 영화감독들은 희망이 없어. 속성상 누구랑 뭘 같이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인간들이어서. <거짓말> 때 오정완씨가 사이드에서 지원에 나서자, 내가 흥분 잘하니까 나를 끼워가지고 이창동, 홍상수, 이현승 이렇게 모였다. 감독들이 같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에서 뭔가 해보자 한 건데, 결국 그날 바로 없던 일로 하자 하고 헤어졌지.

■■■ 심 :: :: 스크린쿼터운동 때도 사람들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잖아요. 그 논리를 넘어서 문화의 종다양성이라는 논리를 개발해서 대중적인 호응을 받아서 성공을 했다고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볼 권리에 대해 이해를 시켜서 끌어들여야 하는 건데, 아직도 영화하는 사람과 검열하는 사람의 밥그릇 싸움으로 끝나고 있어요. 또 영화인들끼리도 우리는 18세 나왔는데, 쟤네는 15세 나왔다고 씹고 배아파하고. 그러지 말고 경쟁사지만 서로 힘을 합쳐서.

■■■ 임 :: :: 이게 기사 말미가 돼야겠네. X나게 씹었지만 사실은 반성할 게 많다. 정리 임범 isman@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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