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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까지 사로잡아버린 아동용 애니메이션,<파워퍼프 걸>(3)
2002-09-13

웃기게 생긴 꼬마들아,지구 평화를 부탁해

여자아이들의 파워, 페미니즘의 메시지

매크라켄의 여자친구이자 <파워퍼프 걸> 스토리보드 작가인 로라 포스트는 가끔 애인에게 불평을 했다. "당신은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있어요. <파워퍼프 걸>의 메시지는 정말 놀랍다구요!"라고. 매크라켄은 "여자아이들이 이런 일을?"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런 일을?"이라는 전제로 성(性)의 구분을 없앴다고 강변하지만, 많은 미국 언론은 <파워퍼프 걸>이 페미니즘을 담고 있다고 해석한다.

박사님은 그 가장 강력한 증거다. 세 여자가 자신을 숭배한다는 점에서, 박사님은 <미녀 삼총사>의 숨겨진 보스 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박사님은 파워퍼프 걸이 오늘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무기를 주지도 않고, 작전 지시를 내리지도 않는다. 다만 착한 아이답게 행동하라고 충고하거나 아이들 잘 시간에 구조전화가 울린다고 불평할 뿐이다.

박사님은 남성적인 지도자라기보다 걱정 많은 엄마에 가깝다. 시장님과 미스 벨럼의 관계 역시 기존 영화와는 다른 면이 있다. 절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미스 벨럼은 무능력한 시장 대신 파워퍼프 걸과 협력하며 타운스빌을 수호하는 실질적인 브레인이다. 파워퍼프 걸이 변장한 강도 삼인조로 오해받아 감옥에 갇혔을 때 진실을 파악하는 사람은 오직 미스 벨럼뿐이다. 이 에피소드엔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미스 벨럼이 파워퍼프 걸을 면회와서 그동안 강도 삼인조가 저지른 악행을 들려준다. 그러다 "저… 이런 말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나더러 쭉쭉빵빵이래". 블로섬은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했다구요?" 분노하며 친구들과 감옥을 박차고 나간다. 평론가 스테파니 재커렉은 "지금까지 여성들의 분노는 달콤하고 귀여운 외양으로 감싸 위협적이지 않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만 표출될 수 있었다"면서 파워퍼프 걸의 거리낌없는 행동을 옹호했다.

<파워퍼프 걸>은 원래 두살에서 열한살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뜻하지 않게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파워퍼프 걸>이 다른 무엇보다 캐릭터에 힘입어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블로섬과 버블, 버터컵은 배트맨처럼 어두운 그늘에 숨지 않고, 슈퍼맨처럼 초능력이 없는 척 날마다 변신하지도 않는다. 노래부르고 그림그리고 장난치는 일이 가장 재미있는 파워퍼프 걸은 꼭 그 또래 아이들처럼 순진하고 귀엽고 때로는 막무가내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걱정도 되지만, 20분만 참으면 그 걱정을 웃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오늘도 파워퍼프 걸 덕분에 타운스빌은 평화를 되찾을 테니까.김현정 parady@hani.co.kr

<파워퍼프 걸>의 몇 가지 의문에 관한 해답

모조 조조는 왜 그렇게 큰 모자를 쓰고 있는가

→ 뇌가 크기 때문이다. 극장판에 따르면 모조 조조는 원래 조조라는 이름을 가진, 박사님이 실험실에서 기르던 원숭이였다. 박사님의 냄비에 케미컬 X를 엎지른 것도 바로 모조 조조. 파워퍼프 걸에겐 초능력을 준 케미컬 X는 조조에게 지능을 선물했고, 대신 뇌가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 머리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이름마저 모조 조조로 바꾼 이 원숭이 괴물은 타운스빌의 제왕이 되려고 결심하고선 보라색 망토와 커다란 모자로 차려입었다.

왜 버블만 문어 인형을 가지고 있는가

→ 버블만 인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파워퍼프 걸이 태어나던 날, 박사님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이중에서 블로섬은 책과 노트, 버터컵은 비행기와 권총 같은 전투용 장난감, 그리고 버블은 문어인형 '문돌이'를 골라잡았다. 문돌이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버블이 밤마다 안고 자는 친구가 된다.

시장님은 왜 항상 시장님인가

→ 시장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 비상사태인지 아닌지, 이 종이가 서류인지 휴지인지도 구분 못하는 시장님. 그러나 시장님은 누구도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스 벨럼은 어떻게 생겼는가

→ 미스 벨럼은 시장님 대신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영리한 비서. 올록볼록한 종아리와 육감적인 가슴만 보여줄 뿐 끝내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 신비한 캐릭터다. 그녀는 극장판에서도 서류와 기둥 등으로 교묘하게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결국 확인할 길은 없다.

모조 조조는 어떻게 멋진 전망대에서 살고 있는가

→ 파워퍼프 걸이 지어줬다. 화산 꼭대기에 위태롭게 서 있지만, 온갖 최신 무기가 가득한 전망대. 파워퍼프 걸은 착한 척하는 모조 조조에게 속아 '좋은 세상 만드는 기계'인 줄 알고 하룻밤 사이 모조 조조의 설계도대로 전망대를 완성했다.

파워퍼프 걸의 이름은 왜 모두 B로 시작하는가.

→ 우연이다. 박사님은 가장 먼저 "꽃송이처럼 튀어나온" 빨간머리 아이에게 블로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 이름을 듣고 수줍게 웃은 아이는 거품처럼 통통 튄다 해서 버블, 그러고 나니 모두 B자로 시작하길래, 버터컵은 생각없이 버터컵이라 부르기로 했다. 버터컵의 인상이 결정적으로 험해진 것은 바로 그 순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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