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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까지 사로잡아버린 아동용 애니메이션,<파워퍼프 걸>(2)
2002-09-13

웃기게 생긴 꼬마들아,지구 평화를 부탁해

짧은 에피소드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TV시리즈와 달리, 극장용 <파워퍼프 걸>은 이처럼 단순한 스토리에 기대어 87분을 끌어간다. 사고뭉치 조연들이 빠진 빈자리를 메우는 요소는 스크린에 걸맞게 파워있는 액션. <파워퍼프 걸>은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나면 미련없이 번개처럼 번쩍이는 액션 시퀀스로 돌진한다. 파워퍼프 걸이 난생처음 술래잡기를 하던 날, 파스텔톤의 아담한 도시 타운스빌은 이 괴력의 소녀들에게 고스란히 희생제물이 된다. 빌딩이 꺾이고 천지가 진동하는, TV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파괴적인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파워퍼프 걸>은 줄줄이 뚫린 빌딩 구멍 사이로 뛰어노는 세 꼬마를 보여주는 독특한 시점을 취하면서, 타운스빌을 강타한 비극과 어이없는 아이들 장난을 균열없이 이어나간다. <파워퍼프 걸>의 감독 크레이그 매크라켄이 "열정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만들고 책임을 져라"라는 카툰 네트워크의 자유로운 풍토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런 구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현실적인 이야기

<파워퍼프 걸>의 감독 크레이그 매크라켄은 칼 아츠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서른한살의 젊은 애니메이터다. 그는 92년 초능력 소녀들과 녹색 피부의 갱단, 아메바 삼형제가 등장하는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우패스 걸>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두편의 에피소드가 바로 <파워퍼프 걸>의 전신. 카툰 네트워크는 여자아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캐릭터와 TV애니메이션의 변화를 반영하는 깜찍한 액션에 주목해 98년부터 시리즈를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매크라켄은 카툰 네트워크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덱스터의 실험실>을 연출하고 있었고, 이 시리즈를 함께 만든 겐디 타르타코프스키가 <파워퍼프 걸>에 참여했다.

<파워퍼프 걸>은 재능있는 두 애니메이터의 실험정신이 에피소드마다 밀봉돼 있는 시리즈다. 시장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왜 웃는 거지?>는 <파워퍼프 걸>이 갖는 매력을 농축해 보여주는 에피소드. 모조 조조에게 납치당한 시장님은 파워퍼프 걸에게 구조된 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20분 중 2분 조금 넘는 시간을 암흑으로 처리한 기법도 특이하지만, 더욱 파격적인 것은 화자에 따라 내용과 스타일을 바꾸는 구성이다. 정의감 넘치는 블로섬이 화자가 될 때는 조명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배경 속에 카리스마 넘치는 세 영웅이 시장님을 구조한다. 버터컵으로 시점이 넘어가면 아동용으로 버전을 바꾼 쿵후영화의 분위기가 되며, 버블은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질감에 어린아이다운 산만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매번 이런 식이다. 모조 조조가 타운스빌 시민들을 몽땅 강아지로 바꿔놓는 에피소드에선 내레이터마저 '멍멍'하며 짖는 것이다.

매크라켄은 <파워퍼프 걸>을 보편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려 했다. "우리는 아이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 매크라켄은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배트맨> 시리즈를 볼 때 부모가 함께 웃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배트맨>의 박쥐 마크 대신 분홍색 하트 마크가 비상사태를 알리는 것이나, 미스 벨럼을 중심에 둔 성(性)적 농담은 매크라켄이 성인 시청자를 염두에 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더라도 <파워퍼프 걸> 시청자의 58%가 남자아이들이라는 결과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카툰 네트워크는 <우패스 걸>의 캐릭터를 재패니메이션에 길든 아이들도 친숙하게 느끼도록 바꾸라고 요구했다. 애니메이터의 창의력을 존중하지만, 매회 50만달러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놓겠다는 의지였다. 결국 <파워퍼프 걸>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 비현실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놀랍도록 현실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호평을 얻으면서 높은 시청률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극장판에서 탈락한 조연들

퍼지 럼킨: 산 속 오두막에 혼자 살면서 누구도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퍼지 럼킨은 슈렉과 닮은 캐릭터. 고독을 달래줄 벤조와 자기 한몸 수호할 장총만 있다면 세상에 부족할 것이 없다. 잠깐 시장이 되는 바람에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만,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해될 것 없는 분홍색 시골총각.

갱그린파: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녔지만 초록색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스트리트 갱. <파워퍼프 걸>의 전신인 <우패스 걸>에 등장한 최초의 악당이지만, 아깝게도 극장판에는 등장하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행패를 부리는 갱그린파는 사실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조무래기다.

아메바 삼형제: 애타게 악당이 되고 싶어하지만 재능도 지능도 없는 탓에 일이 그리 잘 풀리진 않는다. 모조 조조의 도움을 받았을 때도 결국 파워퍼프 걸의 놀림만 받다 끝나버린 비운의 악당들. 이들이 전파하는 바이러스 역시 아메바 삼형제처럼 모자를 쓰고 말이 많다.

하미: 미국판에선 'Him'이라고 불린다. 워낙 무섭기 때문에 이름을 부르면 "심장이 멎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바닷가재의 집게발을 휘두른다. 파워퍼프 걸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당. 크레이그 매크라켄은 애니메이션 <옐로우 서브마린>에서 하미의 모티브를 얻었다.

강도 삼인조: 깜찍한 <파워퍼프 걸>에서 가장 '언더그라운드' 같다고 할 수 있는 못생긴 강도단이다. 은행과 보석이 주요 타깃. 털이 난 다리와 큰 키에도 불구하고 파워퍼프 걸로 변장한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파워퍼프 걸 자신마저 친구들과 강도 삼인조를 구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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