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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낳은 장선우 감독의 시편 11(2)
2002-09-14

금강경 한줄이 하늘가에 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꽃 달린 배타고 나는 가요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만

데리고 나는 가요포다 섬 가는 길. 금강경 한줄이 하늘가에 걸렸어요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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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모래꽃

그이는 모래꽃나쁜 아저씨에게 총 맞고 죽어버렸어요열빵쯤 배에 총알 맞고산호사 모래밭에 얼굴파묻고 쓰러졌어요저는 나쁜 아저씨들에게 끌려갔어요모래꽃 밟으며…

끌려가던 모래 위엔 바람을 이기려고 낮게 낮게모래꽃이 피었어요피안개 눈앞을 가로막는데노란 모래꽃이 멀어져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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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海印)

데이터의 바다삼라만상을 비추는 모니터그 속에서 당신이란 데이터는왜 지워도 지워도 다시 뜨는지요

휴지통을 비워도 왜 당신은 뜨는지요해인삼매모든 상은 공하다던데 당신도 어차피 데이터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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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소(金剛經疏)

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하자 이 말은 사실인가?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너라는 건 있지 않고 사랑했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나는 너를 미워했다 라고 하자이 말은 진실인가?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너라는 건 있지 않고 미워했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너를 미워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자기라는 생각도 살아 있다는 생각도개인이라는 생각도 개체라는 생각도생각하고 있다는 생각도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없는데 너를 사랑했다는 말은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고 너를 미워했다는 말은너를 결코 미워하지 않았다는 말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그래서 너를 미워했다고 말하는 것이다그래서 너를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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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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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맵게 하여 눈물 흘리게 하는 티어스틱그 때문에 은경이는 많이도 슬피 울었습니다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그녀는 울었나요?영영 떠나가는 그이를 위하여 울었나요? 아니면 그녀 자신을 위하여영화를 위하여 영화를 볼 이들을 위하여아니면 말 못하시는 엄마 아빠를 위하여 모래꽃을 위하여 바다를 위하여 하늘을 위하여…그렇게 슬피 울었나요?아니요 사실은 그 아무것도 위하여 울지 않았어요그냥 티어스틱 때문일 뿐그래서 은경이는 더더욱 서럽게 울었읍니다그날 저녁 은경이는 김치찌개 시켜 밥 두 그릇 뚝딱그리고 계란 후라이 다섯개 혼자 시켜 먹어치웠습니다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안녕히 가세요.jsw0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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