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진술> 크랭크인 준비 중인 박광정(1)
2002-09-14

우연처럼 연극을,숙명처럼 영화를

● 한 인간의 삶을 10년 단위로 쪼개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최소한 박광정(40)의 경우 '10년 주기설'을 주장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스무살 이후로는 10년마다 삶의 껍데기를 벗는 '변태'과정을 겪었고, 또 겪는 중이기 때문. 그가 대학에 들어가 연극이라는 '업'을 처음 접한 게 20살 때요, 연극 연출가로, 그리고 영화배우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30살 때였다. 또 다른 10년을 시작하는 지금, 그는 영화연출이라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슬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영화배우로, 또 TV탤런트로 얼굴을 알려온 그지만, 실제론 대학로에 무게 중심을 둔 연출가이자 배우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아는 일일 터. 박광정에 따르면, 그가 연극을 접하게 된 것은 운명도, 필연도 아닌 일종의 우연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스무살 되던 1981년 성균관대 공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의 꿈은 라디오 DJ였다. 만약 그때 교내 방송국원 선발 면접시험에서 선배인 시험관이 "MBC FM의 주파수가 몇이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않았던들 그의 현재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한데 당시 박광정의 고향인 광주엔 FM방송이 나오지 않았던 탓에 그는 우물거려야 했다.

낙방의 쓰라린 잔을 든 뒤 그가 찾아간 곳은 주로 독일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동아리 극예술연구회였다. 그 시절에 대한 추억담이 "거의 술에 취해 살았다"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은 그가 연극에 진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1년 전 고향인 광주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일들이 그의 가슴에 남긴 핏빛 선명한 응어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몸짓조차 '체제전복음모'로 몰리던 당시 상황은 그에게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얼마 뒤 그는 학교를 때려치우고 신학대 시험을 준비한다. "당시 사회적 발언을 정당하게 할 수 있는 건 종교뿐이었다." 그때 그가 성경공부만 제대로 했어도 미래는 바뀌었겠지만, 이런, 그의 성경시험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이었다. 이렇게 어수선했던 그의 80년대 초반은 논산훈련소에서 마감된다.

제대 뒤인 87년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제대할 무렵 곰곰이 생각해보니,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았기 때문에" 늦깎이로 연극학도가 된 그는 연극연출가를 꿈꾸며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에선 학번으로는 윗기수지만 나이는 그보다 어렸던 권해효, 유오성, 설경구 등과 함께 생활했고, 방학 때면 대학로에 나와 조연출이나 무대감독을 하며 차츰 꿈을 현실화시키려 노력했다.

배우 박 광 정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었던" 박광정이 처음 연기를 하게 된 것은 3학년 1학기 때였다. 한 공연에서 남자배우가 모자라는 탓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무대의 조명 아래 몸을 내맡기게 된 것. 공연을 본 교수들에게 "야, 너 웃긴다. 한국에 코미디 전문 배우가 없는데, 한번 해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게 교수진의 눈에 들어온 '배우 박광정'은 90년, 학과 창립 30주년 기념공연 <사천의 착한 여자> 등에 출연해 대학로에 서서히 얼굴을 알리게 된다. 91년에는 <명자 아끼꼬 쏘냐>를 통해 영화에 데뷔하게 됐고, 이후 <진짜 사나이> <넘버.3>에서 <아이언 팜>까지 그는 16편의 작품에서 꼭 필요한 감초 역할을 했다. TV와의 인연은 연우무대 선배였던 이선미 작가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집필하게 되면서 맺게 됐다. 애초 그의 배역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웃긴 사내'였고, 출연 분량도 딱 1회뿐이었다. 막상 찍어보니 재밌다며 제작진은 그를 아예 고정배역으로 눌러앉혔다. 이후 <아스팔트 사나이> <미스터 큐>, 그리고 요즘의 <내사랑 팥쥐>까지 수많은 미니시리즈에 등장하게 된 것.

연극 연출작

1992년 <마술가게>

1994년 <저 별이 위험하다>

1996년 <비언소>

1997년 <모스키토>

2000년 <매직타임> <날 보러 와요>

2001년 <진술>

2002년 <개그맨과 수상>

영화 출연작

<명자 아끼꼬 소냐> <세상 밖으로> <진짜 사나이> <꽃잎> <박대박> <넘버.3> <마지막 방위> <자귀모> <행복한 장의사> <아이언 팜> 등

연극 출연작

1990년 <사천의 착한 여자> <그 여자 이순례>

1991년 <한 여름밤의 꿈>

1992년 <챔피언쉽>

1994년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1996년 <늙은 도둑 이야기>

1997년 <날 보러 와요>

드라마 출연작

<사랑을 그대 품안에> <아스팔트 사나이> <째즈> <연어가 돌아올 때> <신고합니다> <내 마음을 뺏어봐> <미스터 큐> <팝콘> <학교2> <마법의 성> <눈으로 말해요> <맛있는 청혼> <비단향꽃무> 등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