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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세요> 촬영 중인 이윤택(1)
2002-09-14

웃긴다,그러나 오버하지 않는다

● 이윤택(50)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곤, "아니, 그가 연극을 버리고 영화계로?"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하며 오두방정을 떨지는 않을 것 같다. 연극 연출뿐 아니라, 기자,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에다가 희곡, 시나리오, TV드라마의 각본까지 써온 경력이 있는 그이기에, 벤처 캐피털리스트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면 몰라도 영화감독이라면 오히려 그다운 행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고 기형도 시인에 의해 '문화게릴라'라 명명되기까지 했던 이윤택이 아니던가.

그런데 <잘 가세요>라고? 그의 영화 데뷔작 <잘 가세요>(제작 마오필름)는 <시민K> <바보각시>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 <문제적 인간- 연산> 등 자작 희곡으로 우리 연극계에서는 드물게 흥행보증수표로 군림해온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박'을 터뜨렸던 <오구- 죽음의 형식>의 영화버전이다. 공연 마지막에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한 <잘 가세요>는 채윤일 선생의 조언으로 바꾸기 전 <오구…>의 원래 제목이었다. 지난 8월24일 촬영지인 밀양에서 크랭크인한 이 영화는 현재 10회차가량 촬영을 진행 중이다.

"영화가 내 체질인 것 같다." 영화를 찍는 와중에도 짬을 내 '제1회 부산공연예술제'에서 상연되는 <햄릿>을 연출하기 위해 9월4일 부산을 찾은 그에게선 확연히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긴 스스로 1억원을 제작비로 투자했을 정도니. 과연 전국 270여만명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는 <오구…>이다보니 자연스레 자신감도 따라붙는 것이려니, 하는데 그것만이 아니란다. "내 어릴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다구. 애초 내가 신문사를 그만둔 것도 영화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그의 얘기인 즉슨 이렇다. 그는 4살 때부터 아버지의 손을 붙들고 영화관을 찾아가곤 했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엔 하루에 영화를 3편씩 보기도 하는 열혈 영화소년이었다. 배우가 되고자 갈망했던 이윤택은 1972년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술대학)에 들어가 하재영, 독고영재, 김일우 같은 배우, 연출가 이병훈, 극작가 오태영 등과 함께 오태석, 윤대성, 오순택 등 쟁쟁한 교수진 아래서 연극의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불과 학교에서 1년을 마치기도 전 부산에서 두편의 공연을 깨먹고 학교도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서적외판원, 우체국 공무원을 거쳐 부산일보에 입사한 그는 79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비평활동을 함께 펼쳤다.

신문사에 다니던 1985년, 그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를 갖고 응모했다. 한데 결과 발표를 10일 정도 앞둔 12월20일경 당시 심사위원 중 한명이 그를 찾았다. 그의 시나리오를 송영수 감독에게 넘겨줘서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는 것. 이윤택은 이를 '빼돌렸다'고 농반진반으로 표현하지만, 어찌됐건 그의 영화와의 인연은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막상 영화를 위해 뛰쳐나왔건만, 당시 충무로의 풍토는 그의 정서와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겐 연극이라는 못다 이룬 꿈이 있었다. 그는 퇴직금 660만원으로 고향 부산에 가마골소극장을 세웠고, 연희단거리패를 조직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연극 연출작

1986년 <김석출별신굿> <푸가> 1986년 <히바쿠샤> <시인의 나라>

1987년 <산씻김>

1988년 <심판>

1989년 <시민K> <오구- 죽음의 형식> 1986년 <굿과 연극>

1991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1993년 <바보각시>

1995년 <미친 동물의 역사>

1996년 <햄릿> 1986년 <우리에게는 또다른 정부가 있다>

1997년 <파우스트> <가인>

1998년 <눈물의 여왕> <느낌, 극락같은> 1986년 <홍동지는 살어있다> <허재비놀이>1986년 <청부>

1999년 <가시밭의 한송이> <어머니> <리어왕>

2000년 <해야 솟아라…새천년 해야 솟아라> 1986년 <일식> <태풍> <도솔가>

2001년 <어머니> <시골선비 조남명>

2002년 <하녀들> <연오랑과 세오녀>

기타 연출

1986년 <산 자를 위하여>(무용)

1986년 <스파이더>(무용)

1990년 <불의 여행>(무용)

1990년 8·15 광복절 행사 총연출

1992년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무용)

1992년 장인숙/하용부 춤판(무용)

1995년 동아시안게임 문화축전행사 총연출

2000년 부산전국체육대회 개·폐막식

2001년 남명선생 탄생 500주년 기념공연 1986년 선비문화축제

시나리오와 드라마 각본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오세암>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장군의 아들2> <바보각시> <오구-죽음의 형식>(이상 영화), <사람과 사람> <행복어사전> <춘원 이광수> <사랑의 방식> <도시인> <머나먼 쏭바강> <임꺽정> <모델>(이상 TV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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