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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박광정,이수인,영화감독 데뷔하는 연극 연출가들
2002-09-14

셰익스피어의 후예들 충무로로 가다

영화가 연극의 위대한 유산 덕에 부유해졌다는 사실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신기한 발명품이자 구경거리에 불과했던 최초의 영화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전승된 극의 원리를 도입하며 재빨리 연극의 관객을 가로채기 시작했다. 멜리어스의 특수효과, 그리피스의 클로즈업와 미장센, 에이젠슈테인의 몽타주가 영화를 연극과 다른 어떤 세계로 이끌었지만 연극과 영화는 어차피 같은 피와 유전자를 타고난 운명이다. 그것은 연기, 세트, 조명, 미술, 음악, 안무 등 영화와 연극의 구성요소 대부분이 동일하다는 것 이상이다. 연극과 영화는 그들의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셰익스피어 등 연극의 역사를 만들어온 이들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화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발명하기 전까지 연극에서 자양분을 빨아들였고 거대한 산업이 된 이후에도 연극이 품고 있는 자원에 언제나 눈독을 들여왔다.

최근의 모범사례는 영국의 영화감독들에게서 발견된다. <아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의 샘 멘데스는 런던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뮤지컬 <캬바레>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었다.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는 32살에 런던 로열코트극장 예술감독에 임명된 유망주였고 <죠지왕의 광기>의 니콜라스 하이트너는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연출자였으며 <노팅 힐>의 로저 미첼 역시 연극에서 실력을 닦은 감독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인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짐 셰리던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극작가 겸 연출가로 명성을 얻었다. 바야흐로 셰익스피어의 후예들이 영화계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영화와 연극의 교류는 한동안 배우를 뽑아쓰는 데 그쳤다. 고 김기영 감독처럼 연극을 했던 감독이 없지 않았지만 충무로가 대학로의 힘을 느끼게 된 것은 김지운과 장진, 두 감독이 등장하면서부터.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영화연출 기회를 잡았지만 김지운은 2편의 연극을 연출한 경력을 갖고 있었고 장진은 연극계에서 젊은 나이에 스타 연출가가 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코미디는 신선한 웃음이 고갈된 충무로영화에 더없는 자극제가 됐고 영화계가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흔히 장진 사단이라 불리는 신하균, 임원희, 정재영, 이문식 등은 장진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최민식, 송강호 등도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을 통해 확고한 입지를 마련했다. 국내 영화계가 대학로 무대에 진 빚은 영국의 사례 못지않다.

궁금증은 김지운, 장진 다음은 누구일까, 로 모아진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윤택, 박광정, 이수인, 세 사람은 기대할 만한 연출가들이다. 현재 이윤택의 <잘 가세요>는 촬영에 들어갔고 이수인의 <고독이 몸부림칠때>(가제)와 박광정의 <진술>은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늙은 도둑 이야기> <비언소> <돼지사냥> 등을 연출한 이상우씨도 영화 데뷔를 준비하고 있어 연극연출가의 영화계 진출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보인다. 그들의 영화는 충무로에 다시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가? 그들이 그리는 영화의 청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파장을 예측해보자.글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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