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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력성, 이젠 위험수위
2002-09-26

최근 각 드라마마다 건달이나 조폭 캐릭터를 내세운 과도한 폭력장면을 방영해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드라마<모래시계>의 성공과 지난해 조폭영화 붐을 타고, 조폭과 건달은 브라운관에서도 재벌 2세와 함께 단골 배역으로 떠올랐다. 남자 연기자들도 열에 아홉은 맡고 싶은 배역 1위로 건달을 꼽는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가 실상과 달리 극중에서는 영웅이나 문제해결사로 등장하거나 약방의 감초처럼 코믹하게 그려져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 점. 특히 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 묘사의 수위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SBS대하드라마 <야인시대>. 24일 시청률 43.6%를 기록, 히트작 반열에 오른 이 드라마는 일제시대 종로 패권을 둘러싼 주먹계 남자들의 액션대결과 세(勢)싸움을 박진감있게 그려 중장년층 남성 뿐아니라 초중고생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극 중 일본계 형사의 김또깡 발음이나 쌍칼 등 조연들의 이름은 학생들 사이에서 별명으로 불러질 정도. 그러나 이 작품에는 거의 매회 건달들의 패싸움과 욕설대사가 등장해 자녀들과 함께 시청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24일 방영된 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의 부하들이 맞짱뜨는 부분에서는 번쩍거리는 칼날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항아리로 사람을 내려치는 장면 그리고 칼로 사람의 손을 내려치려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시청자 김영화(53)씨는 ‘극의 소재가 아무리 건달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따라할 까봐 걱정된다’면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은 줄여줄 것’을 제작진에 요청했다.

최근 종영된 KBS 2TV <러빙유>나 SBS <유리구두>그리고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라이벌>에서도 집단 패싸움과 집단 구타 등의 폭력 장면은 단골 메뉴였다. 얼마전 새로 시작한 MBC <리멤버>와 KBS 2 <천국의 아이들>에서도 조폭은 등장한다. SBS <> 은 보다 심각하다. 지난 8월29일 방송에서는 주인공 철수(김석훈)와 재민(류수영)이 싸우면서 재민이 철수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쳐 얼굴에 피가 흐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방송위원회는 이에 대해 과도한 폭력묘사등을 이유로 주의 조치를 줬다. 그러나 <>은 지난 19일에도 철수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과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한 뒤 피범벅이 된 장면을 내보내 또다시 주의를 받았다. KBS 2TV는 작년에 방영된 주말연속극 <동양극장>을 최근 재방송하면서 지나친 폭력묘사로 과거 주의와 경고를 받았던 장면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내보내 또다시 경고를 받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김명선 서울YMCA 좋은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 회장은 ‘<모래시계>이후 한때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조폭을 선호하는 직업으로 꼽기도 했으며 조폭들의 세계와 그들의 언어를 흉내냈다’면서 ‘방송에서의 과다한 폭력 장면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키고,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화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