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 눈 속에 묻혀
2002-09-30

<코카서스의 죄수>에 출연한 러시아의 젊은 배우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가 9월24일 북 코카서스 산맥을 덮친 산사태에 묻혀 실종됐다. 지난해 <시스터>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도 데뷔한 보드로프는 당시 스탭들을 이끌고 두 번째 영화를 촬영하고 있던 상태. <코카서스의 죄수>의 감독인 그 아버지 세르게이 보드로프는 이미 아들과 스탭 일행이 살아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작은 산간마을을 진흙으로 뒤덮은 빙하가 녹으려면 12년 이상이 걸릴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러시아영화계는 국내외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배우이자 촉망받는 감독이었던 보드로프의 실종에 애도를 표했다. 보드로프는 <코카서스의 죄수>에서 코카서스 지역으로 파병돼 체첸 마을에 포로로 억류된 젊은 병사 바냐를 연기해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은 배우. 반전영화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코카서스의 죄수>는 첫 번째 체첸내전을 치른 러시아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거뒀다.그러나 러시아 국내에서 보드로프는 알렉세이 블라바노프의 <브라더> 등 스릴러 3부작에 출연한 배우로 더 깊이 기억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젊은 군인이 살인충동에 휩싸이는 이 시리즈는 보드로프를 희망없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초상으로 각인시켰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명인 <시베리아의 이발사>의 니키타 미할코프는 보드로프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그는 우리 시대의 이미지이며 영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보드로프는 실종됐을 때 <메신저>라는 영화를 찍고 있었으며, 최근까지 TV인터뷰어로도 활동해왔다. 그의 아내 스베틀라나는 지난 여름 두 번째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져 너무 일찍 사라진 젊은 영화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