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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일 시집 <식칼론>
2002-10-07

32년 전에

배두나 자신은 그런 직관 때문에 행복하기도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처음 나가본 CF 오디션. 계산없이 늘어져 있다가 “너 참 지루해 보인다”는 ‘평’을 들으며 메인 모델이 됐다. 연기를 계속하게 만들어준 <플란다스의 개>도 봉준호 감독의 “있는 그대로”라는 요구를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벌써 일곱편, 많이도 찍은” 지금은 가끔 걱정된다. “저는 정말 연기력에 자신이 없거든요. 나이 먹으면 어떤 모습일까 무섭기도 한데, 그래서 생각 안 하려구요. 연극하신 엄마도 연기 가르쳐달라고 조르면 아직 때가 안 됐다고만 해요. 경험이 쌓이면 눈이 떠질 때가 있겠죠.” 뉴욕에서 보낸 3주일의 휴가. 돌아다니는 것보다 가만히 쉬는 게 좋아 공원 벤치에 늘어져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놀면서도, 빨리 돌아가 일하고 싶었던 것은 그 깨달음의 시기를 앞당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까.

“저 너무 행복해 보여요? 남들이 얄밉게 보인다고 그러지 말랬는데. 쉽게 만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주세요.” 욕심이 없다지만, 그래서 행복하다지만, 사실 행복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은 다 웃는데 혼자 안 웃고, 혼자 크게 웃고나면 주위 사람은 아무도 안 웃어” 코미디영화에 감이 없다고 스스로 믿었는데, <굳세어라 금순아>만큼은 다같이 웃었다며 기뻐한다. 데뷔 시절, 밀리오레 CF를 함께 찍었던 김남진과 함께 하는 <밑줄긋는 남자>에선 “별명은 곰탱이지만 너무너무 매력적인 인물”을 맡았다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질 정도로 팔짝거린다. “우리 영화 너무너무 잘될 것 같아”라며. 어쩌면 석달 정도 어학연수를 떠날지도 모른다. 앞일을 걱정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은 배두나. 두나는 하얀 니트 머플러로 목을 야무지게 감싸고선 힘차게 또 다른 일터로 향했다.글 김현정 parad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