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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달콤했지만 열매는 썼네
2002-10-07

타임워너+AOL, 비방디+유니버설 등 할리우드 M&A 대부분 실패

비아콤 회장 섬너 레드스톤이 파라마운트를 사들인 것은 인수합병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맨왼쪽). 타임워너 제랄드 르빈 회장. AOL과의 합병은 실패라는 판정을 받았다(가운데).비방디의 회장 장 마리 메시에는 무리한 M&A를 거듭하면서 부채를 얻고 퇴진했다.할리우드가 기업의 인수합병(M&A)에서 배운 것? 타임워너와 AOL, 비방디와 유니버설 등 거대 기업들의 합병 소식은 엔터테인먼트업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였다. 거대자본이 지배하는 현대 경제의 흐름에서, 손쉽게 사업규모를 키울 수 있는 M&A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던 것도 사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0여년간 크고 작은 M&A가 이뤄질 때마다 그 여파에 대한 전망이 분분했다. 결과는? <버라이어티>가 최근호에 실은 엔터테인먼트업계의 M&A 중간 평가에 따르면, 성공으로 판명난 사례는 극히 적다는 분석이다. M&A가 대상 기업의 주식에 단기적,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기업의 규모만 키운 게 아니라 실리가 있었는지, 몇 가지 척도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에게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타가 공인하는 행복한 결합은 비아콤의 두 사례. 특히 비아콤이 1984년 워너의 케이블 TV방송망인 니클오디언과 MTV를 인수한 것은 ‘사상 최고의 거래’로 꼽힐 정도다. 물론 현재 미국 케이블TV 중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두 광맥을 놓친 워너에겐 최악의 거래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1994년 비아콤의 회장 섬너 레드스톤이 95억원의 거금을 투자해 파라마운트를 사들인 것도 손꼽히는 성공사례. 프랑스 기업 비방디와 경쟁이 붙어 비싼 거래가 되긴 했지만, 비아콤 산하 비디오 체인인 블록버스터의 빠른 현금 동원력 덕에 별 문제는 없었다. 비아콤은 파라마운트의 풍성한 영화 라이브러리를 케이블방송망의 세계적인 확장에 적극 활용했고, 파라마운트와의 공조를 통해 MTV, 니클오디언의 영화제작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최대의 시너지를 얻어냈다는 중평.반면 비아콤의 성공에 속이 쓰릴 법한 워너는 M&A에 불운한 경우다. 90년 워너와 타임의 합병은 5년간의 주가 하락세로 이어져 실패라는 판정을 받았다. 더구나 최근 AOL과의 합병으로, 타임워너의 회장 제랄드 르빈은 100년은 걸려야 쌓을 수 있는 미디어 자산을 5년짜리 인터넷 회선업체에 건 도박이란 혹평을 면치 못했다. 타임워너의 주식 상당수가 현금 동원력이 20%밖에 안 되는 AOL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거슬러올라가면 1976년 2500만달러를 들여 아타리를 사들였다가, 81년 한해 동안의 짧은 호기를 끝으로 손쓸 새 없이 일본 업체들이 비디오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것도 워너였다.한편 전례없이 국경을 넘어선 M&A로 화제를 모았던 비방디와 유니버설의 합병도 워너에 버금가는 재앙이란 평. 국제적인 미디어그룹을 지향하던 비방디는 2000년 유니버설의 인수를 비롯해 무리한 M&A를 거듭한 결과, 100억달러 이상의 부채와 주가 폭락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다.소니와 컬럼비아, 마쓰시타와 유니버설의 합병 결과도 그리 신통치 않다. 일본 기업들의 할리우드 투자 붐이 일었던 87년부터 92년 사이에 M&A를 추진한 소니와 마쓰시타는, 지나치게 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중론이다. 소니는 1989년 협상을 벌이는 동안 몇주 사이 입찰가가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뛸 만큼 콜럼비아를 인수하겠다는 일념이 앞서 모회사인 코카콜라에 과한 돈을 지불했고, 마쓰시타 역시 유니버설의 MCA를 사들이는 데 66억달러가량을 과용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영화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비방디처럼 M&A의 시너지를 과대평가하거나 소니처럼 과도한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것, 무엇보다 확실한 경영 전략을 세우지 않은 성급한 M&A는 피하라는 게 M&A 열풍이 남긴 교훈이다.황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