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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리포트] LA의 독일영화 붐
2002-10-07

10월 로무알트 카르마카 회고전, 11월 AFI필름페스티벌 등 다양한 작품 소개돼

벨라 마르타올 가을 로스앤젤레스에 독일영화 붐이 일고 있다. 9월 초 베르너 헤어초크 회고전으로 바람을 예고한 아메리칸시네마테크가 10월로 접어들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장르를 넘나들며 주변부 삶을 그려온 로무알트 카르마카 감독의 특별전을 열었다. 11월에 열리는 AFI 필름페스티벌에는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이름의 독일영화주간이 마련된다. <비욘드 사일런스>의 캐롤라인 링크 감독의 신작 <노웨어 인 아프리카> 등 10여편이 여기서 상영될 예정이다.독일풍은 예술영화관에도 불어왔다. 헤어초크의 신작 <인빈서블>, 신예 산드라 네틀베크의 <벨라 마르타>, 올리버 하쉬비겔 감독의 <익스페리먼트> 등 세편의 독일영화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꺼번에 상영됐다.<벨라 마르타>는 대꼬챙이 같은 성격의 일중독자 독일인 주방장 마사가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조카를 돌보고 새로 들어온 이탈리안 주방장을 만나면서 인간과 세상을 보는 눈이 너그러워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코미디이다. 지난해 몬트리올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익스페리먼트>는 심리학자가 만든 모의 감옥안에 자원해서 실험자로 들어간 두 사람이 겪는 혼란감을 그린 액션스릴러물. 헤어초크의 극영화로는 무려 18년 만에 미국 개봉한 <인빈서블>은 팀 로스의 악역 연기가 돋보인다. 유대인임을 숨기고 사는 최면술사 팀 로스가 운영하는 베를린의 카바레에서 힘자랑 묘기를 선보이는 폴란드 유대인 청년 장사가 주인공이다. 점점 불어닥치는 나치의 거센 바람에 환멸을 느끼고 유대인임을 밝힌 뒤 고향으로 돌아가서 우연히 죽게 된다는 청년의 이야기를 헤어초크는 우화처럼 전한다.로스앤젤레스 언론들은 이런 움직임에서 제3세대 독일영화의 조짐을, 표현주의와 뉴저먼시네마를 잇는 또다른 새물결의 도래를 읽어내려하고 있다. 뉴저먼시네마의 전성기가 지난 뒤, 30년 가깝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독일영화는 지난 99년 톰 티크베어 감독의 <롤라 런>이 근자에 독일영화로서는 최고흥행을 기록하면서 새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트하우스의 세 영화들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만 봐도 새로운 ‘새물결’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독일 영화인들 스스로도 미국에서 소개되는 독일영화들은 아주 예외적인 작품일 뿐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이들은, 1981년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보트>(Das Boot)가 빅히트를 치며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이어지는 작품이 없었다는 경험치까지 제시하면서, 산업적 기반이 약한 독일영화가 몇년 사이에 갑자기 훌륭한 영화를 쏟아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자국 영화산업의 전망은 불투명하다해도, 독일영화는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 등의 공동투자를 받은 <인빈서블>과 <벨라 마르타>나, 미국 미라맥스가 배급하는 톰 티크베어의 <헤븐> 등으로 살아남고 있다. 또 90년대 통일 이후 영화가 분명 변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된 견해다. 독일영화는 할리우드영화로 떠나버린 관객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소재와 스토리텔링 발굴에 몰두해왔고 그 결과 지금 미국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영화들의 경우에서 보듯 대중적 영화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