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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박스세트
2002-10-10

기다리길 잘했구나

Jin-Roh Box Set감독 오키우라 히로유키자막 한국어, 일본어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2.0, DTS지역코드 3 출시사 SRE

최근 상당수의 DVD 타이틀이 예정되었던 출시일을 밥먹듯이 어기고 있는데, <인랑>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처음 공고된 출시일보다 무려 두달을 넘긴 얼마 전에야 타이틀이 시중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늦춰지는 출시날짜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입 안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인랑>을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베스트 대열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기다렸는데 이상한 타이틀로 나오면 가만히 안 있겠다’는 일부 마니아들의 민감한 반응에 상당히 신경이 쓰였던 것. 다행히 <인랑> DVD가 출시된 이후 그런 걱정은 모두 기우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타이틀 자체가 기다린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매력적인 면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두툼한 외관. 빨간 두건 이야기의 이미지를 한껏 살린 외장 박스 케이스 안에 들어가 있는 두개의 타이틀 케이스 외에도 500쪽이 넘는 두꺼운 스크린보드북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애니메이션을 위해 그려진 세밀한 스토리보드 위에 자세한 번역을 덧붙인 이 스크린보드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시각적인 만족감도 선사해준다.

그런 만족감은 본편 애니메이션과 서플먼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특히 서플먼트의 ‘Imaginary History’는 본편을 보기 전에 한번쯤 숙지해도 좋을 만한 코너다. 쇼와 30년이라는 익숙지 않은 시대적 배경과 수도경이니 자치경이니 하는 정부기관들의 미묘한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 또한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와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들의 인터뷰가 담긴 ‘Speculate About Jin-Roh’ 코너도, 이 애니메이션이 가진 깊이를 더 한층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와 함께 정통 셀애니메이션에 조금씩 녹아들어간 컴퓨터그래픽 제작과정, 빨간 망토 이야기 등 다양한 서플먼트들이 준비되어 있어, 본편 애니메이션을 이미 봤더라도 충분히 타이틀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인랑> DVD는 사운드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평이한 수준의 화질에 비해 지하수로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울림과 물소리 그리고 특기대원의 기관총 소리 등이 아주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다’거나 ‘슬프다’라는 감정을 깊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독특한 작품인 <인랑>의 DVD는, 이런 면들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 만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정당해 보인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