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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의 루시,아빠 숀 펜을 말하다 (3)
2002-10-25

아저씨는 `진짜`만 빨아들이는 스폰지예요

아저씨는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누구한테 화가 났을까.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사랑해주지 않았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니래요. 아저씨네 집 사람들은 서로 사이가 좋았대요. 형제들이랑 같이 놀러다니고 영화도 찍고 그랬다니까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아저씨 아빠는 감독님이고, 엄마는 배우래요. 그런데 아저씨 아빠가 젊었을 때 나라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아저씨, 아줌마들을 혼내준 일(메카시 열풍)이 있었대요. 그때 아저씨 아빠가 그런 친구들을 나라에 고자질하지 않아서, 일을 더 못하게 됐대요. 아저씨가 어렸을 때 엘리아 카잔 할아버지(고자질쟁이래요)가 아저씨 동네에서 영화를 찍었는데요, 아저씨 아빠는 그 할아버지 인사를 받지도 않았대요. 화가 나서요. 너무 옛날 얘기라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요즘도 다르지 않다고 말해요. “그런 일은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단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다 겁쟁이거든.” 할리우드엔 똑똑하고 용감한 아저씨 아줌마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좀 실망이에요. 루시 머릿속이 막 헝클어지고 있어요.

아저씨는 왜 나쁜 사람으로만 나왔을까요?

저는 엄마 아빠 따라 극장 가서 팝콘 먹으면서 본 영화들이 신나고 재밌어서, 그런 영화 만드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저씨는 그런 영화들도 막 욕해요. 비겁하다고요. 그런 영화들 많이 만드는 유명한 아저씨 있잖아요. 제리 브룩하이머라구. 숀 펜 아저씨도 그 아저씨 전화를 받은 적이 있대요. 근데 안 만났대요. 둘은 서로 다른 세상 사람이라면서요. 니콜라스 케이지 아저씨랑도 그래서 싸우고 다시는 안 논대요. “그런 영화들, 다 똑같지 않니. 전에 500번쯤 본 듯한 영화를 또 만드는 건 잘못이야. 일이 필요하면 그걸 갖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단다.” 아저씨는 많은 사람들이 벌써 하고 있는 일, 그것도 잘하고 있는 일에는 관심이 없대요. 상도 싫고요, 돈도 싫대요. 아니, 돈은 좋은데,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대요. “너무 편한 게 문제야. 편안함에 중독돼 있는 이 세상이 문제라구.” 연기하기도 힘들고, 만들기도 힘들고, 보기도 힘든 그런 영화들이, 아저씨는 좋대요. 그래야 자랑스럽대요.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아요. 남들이 다 하는 일이나 너무 쉬운 일은, 저도 시시하거든요. 으흠.

아저씨는 얼마 전에 담배를 끊었대요. 마흔살 생일에 그랬다던가 그 전하루에 네갑씩 피웠다니까, 완전히 굴뚝이었겠다. 그걸 하루아침에 뚝 끊었대요. 우리 아저씨, 대단하죠 그런데 아저씨가 끊는다 끊는다 하면서 못 끊는 게 있어요. 뭐냐면요, 연기예요. 아저씬 두번인가 세번인가 “나 연기 안 해” 이러고선 숨어버린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시 돌아왔어요. 아저씨는 이제 감독님이 되고 싶대요. 감독님도 좋은데요, 나는 아저씨가 계속 배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보고 배우죠. 아저씨랑 같이 나이먹고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들이랑 다르니까요.글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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