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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인터뷰
2002-10-25

`가족의 상실과 회복은 언제나 내 영화의 일부`

“다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땀으로 늘어붙은 잔머리와 트레이너 셔츠, 피로와 고양감이 뒤섞인 동안(童顔). 20분밖에 시간이 없다며 촬영 도중에 인터뷰를 위해 뛰어들어온 크리스 콜럼버스는 할리우드 최대 프랜차이즈 영화의 지휘관이라기보다 길거리 농구를 하다가 물 마시러 짬을 낸 10대 소년 같았다. 2편을 끝으로 프로듀서의 의자로 옮겨앉는 콜럼버스는 세트 방문이 있던 그날, 150일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찍고 있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감독을 2편으로 끝내는 까닭은.

→ 나는 2000년 8월부터 논스톱으로 일했다. 2년 반을 쉴새없이 달려온 셈이다. 아이들 넷의 얼굴을 저녁 식탁에서 못 본 지 오래다. 배우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픈 마음이 조금씩 커져갔다. 7번째 영화까지 내가 연출하는 판타지를 품은 순간도 있었지만 어린 배우들이 매년 성장하기 때문에 <해리 포터>의 감독은 휴식이 있을 수 없다. 영원히 이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문제는 열정이나 성의가 아니라 단순히 육체적 에너지의 고갈이다. 마라톤을 뛸 때처럼.

2편의 제작경험을 1편과 비교한다면.

→ 시간은 배우, 스탭과 관계를 굳히고 긴장은 풀어준다. 결국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준다. 1편은 호그와트의 발견에 관한 영화인 반면 바로 본 이야기에 돌입하는 2편은 어드벤처에 더 가까우며 미스터리스릴러의 색깔도 강하다. <해리 포터> 1편 전에는 특수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지만 해리 포터 영화는 캐릭터가 주도하는 특수효과영화이고, 효과 자체도 점점 만들기 쉬워져서 어렵지 않았다.

1편에 대한 반응은.

→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편지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그중 40%는 일본에서 왔다. 영국 평단도 우호적이었고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원작에 충실했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만약 안 그랬다면 나는 십자가에 못 박혔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주요 불만은 영화가 너무 짧다는 점이었다. <해리 포터>는 <그렘린>과 <영 셜록 홈스>를 썼던 나로서는 논리적 귀결이다. 당시 나는 시각효과에 자신이 없어 연출을 포기하고 코미디와 센티멘털한 이야기들을 영화화했다. <해리 포터>는 1980년대 내가 만들었던 영화로 돌아간 좋은 터닝포인트였다.

<나홀로 집에>의 매컬리 컬킨도, 해리 포터도 부모와 떨어지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이며 가족 혹은 대체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왜 이런 주제에 매혹되나.

→ 가족의 상실과 회복은 늘 내 영화의 일부였다. 아이뿐 아니라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는 한 남자가 가정을 되찾으려 한다. 영화학도 시절 나는 <대부> 1, 2부를 6시간쯤 들여 연달아 보곤 했는데 2부 끝에 마이클 콜레오네가 가족 모두를 잃는 설정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그 감동이 감독으로서 내 자아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영국 배우들과 일한 경험을 평가한다면.

→ 내 맘대로 된다면 내 모든 영화를 영국 배우들과 찍고 싶다. 리처드 해리스, 매기 스미스, 케네스 브래너 모두 대배우지만 아무도 트레일러 크기를 놓고 아웅다웅하거나 요리사와 트레이너를 데려오려고 떼쓰지 않는다. 필요한 자리에는 모두 나와 주제를 토론하는 아주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고 촬영은 세 테이크면 끝난다. 눈이 확 열리는 경험이었다.

다음 감독이 계승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 나는 내년 6월까지 프로듀서로서 런던에 머물며 아이(배우)들에게 약속한 대로 지금까지 창조한 시추에이션을 보존하고 원활한 인수인계를 주도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중간에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면서도 스타일의 통합성을 유지해주길 바란다. 예컨대 배트맨 수트에 젖꼭지를 새긴 <배트맨> 속편은 끔찍했다. 우리의 해리에겐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나도 참여하니 난센스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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