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리브스덴 스튜디오 세트 방문기(4)
2002-10-25

문이 열리고,환상이 시작된다

교장실, 교실, 양호실, 해그리드의 오두막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미술팀이 하는 일에는 앤티크숍에서 적당한 골동품을 사거나 빌리는 일도 포함돼 있다. 예컨대 퀴디치 공과 빗자루는 직접 제작하지만, 맥고나걸 교수의 퀴디치 관람용 쌍안경이나 해리 포터를 쫓아다니는 열성 팬 콜린 크리비의 카메라는 대여한 물건이다. 호그와트 교문 안에서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덤블도어 교장의 집무실 세트에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가구와 진귀한 진품 소도구들이 품위있게 어울려 있다. 카메라의 시선이 닿아도 좋고 안 닿아도 좋다. 책상 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결코 카메라가 접근할 수 없는 각도의 자리에, H.G. 웰스의 소설에 나올 법한 정교한 천체관측 장치가 최고의 마법사 덤블도어와 우주가 조우하는 시간을 위해 마련돼 있다.

덤블도어의 방이 엄숙한 명품이라면, 허영많은 속물 길데로이 록허트 교수의 강의실은 마법사 세계의 키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쇼윈도다. 연대별로 록허트의 모험을 기록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수십배 분량의 연대기와 록허트가 다른 마법사의 업적을 자신의 경험인 양 출판한 책들이 할리우드 클래식 스타의 포즈를 취한 케네스 브래너의 독사진 표지를 앞쪽으로 한 채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교실. 그곳을 지나 록허트의 개인 서재로 들어가면 머릿결 상태에 따라 골라쓰는 수십종의 샴푸와 손톱 다듬기 세트가 정렬하고 있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자기애를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시각화해 놓은 록허트 세트를 스튜어트 크레이그는 “덤블도어 방과는 다른 레벨에서 흥미로운, 아주 기분좋은 장소”라고 부른다.

록허트의 교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공간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인 해그리드의 오두막이다. <해리 포터>의 모든 세트 가운데 가장 검소하고 초라한 외양을 하고 있는 해그리드의 흙빛 오두막에는 그러나 사이즈의 마술이 작동한다. 이곳에서 <해리 포터>의 디자이너들이 넘어야 했던 과제는 40, 50년 전에 만들어진 ‘엄지왕자’류의 판타지영화들이 마주친 과제 그대로다. 해그리드 역의 로비 콜트레인을 7피트가 훌쩍 넘는 거인으로 보이게 만들고, 아이들의 체구를 그에 맞는 비례로 축소하기 위해, 제작팀은 대형 사이즈와 소형 사이즈의 오두막 두채를 짓고 모종삽만한 숟가락과 포크, 세숫대야만한 그릇을 장만해야 했다.

모든 학교가 그렇듯 호그와트 마법학교에도 교실 이외의 크고 작은 공간들이 있다. 비밀의 방이 열리고 정체 모를 괴물에게 습격당한 어린 마법사들이 정양하게 될 양호실 세트는 1차 세계대전 영화에서 본 듯한 구식 철제 침대와 모래 시계, 전능한 마법의 처방전을 믿어서인지 단순하고 소박한 의료기구들로 채워져 있다. 혹시나 뒤적여본 양호일지에는 뒷페이지까지 가느다란 깃털 펜글씨로 수많은 생도들의 방문날짜와 시간, 병명이 일일이 채워져 있다. 약초학 수업이 이루어지는 야외 교실인 온실은 세트를 방문한 7월12일의 촬영이 진행된 장소.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약초학 수업장면을 위해 “맨드레이크(해독제에 들어가는 식물로 비명소리를 낸다)는 어떤 색상이고, 어떤 시기에 가지를 잘라 쓸 수 있는 식물인가” 등을 묻는 이메일을 조앤 K. 롤링에게 보냈다.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만은 입을 모아 롤링이 300페이지짜리 책 뒤에 사소한 장소, 인물의 배경 정보가 들어 있는 600페이지 이상의 백그라운드 참고서를 감추고 있다고 말한다. 롤링의 권력은 해리 포터 월드에 대한 독점적 지식에서 비롯된다.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가 5, 6부에 이르러 앞에 만든 영화의 내용과 우스꽝스런- 수많은 열성 팬들이 웃음거리로 삼을- 충돌을 빚지 않으려면,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요컨대 세트에 하루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는 조앤 K. 롤링은 갑판에 오르지 않은 항해사와 같은 존재다. 암초를 피하는 뱃길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녀뿐인 것이다.

<…비밀의 방> 세트를 둘러보고 한껏 찬사를 바칠 마음이 된 이방의 기자들 앞에서 오히려 프로덕션 디자이너 스튜어트 크레이그는 찬물을 끼얹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를 디자인한 딘 타볼라리스와 <허드서커 대리인>의 데니스 개스너를 명인으로 꼽는 크레이그는 “(우리 영화를) 최고라고는 말할 수 없다. 최근 프로덕션 디자인의 수준은 어느 곳에서나 대단히 높다. 최근에는 라이벌인 <반지의 제왕>의 디자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봤다. 사로잡는 힘이 강한 작품이었다”라고 담담히 자평했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