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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2001-04-12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 무너뜨린 <목표달성 토요일>의 ‘악동클럽’

<목표달성 토요일> ‘악동클럽’ MBC 토요일 저녁 6시10분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에는 오디션만 나온다. <오디션>이 시작될 때 그것만으로 만화가 될까 했는데, 오디션만으로 단행본 7권을 넘겼고,

지금도 오디션중이다. <오디션>의 국철, 황보래용, 장달봉, 류미끼 네명은 ‘지극히 평범하지 않다’. 음악천재라지만 정식의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두팀씩 겨뤄서 이기는 자가 다른 승자와 겨루는 이상한 룰의 ‘사상최대의 오디션’에 참가한다. 오디션은 이기고 지는 것만

있다. 하지만 오디션은 그들에게 음악의 길을 열어주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뚜껑 열리게 한다. 오디션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이유다.

그들은 오디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목표는 일본의 SMAP, 한국의 H.O.T

<목표달성 토요일>의 ‘樂童클럽’은 ‘꼴찌탈출’의 3탄이다. ‘꼴찌탈출’은 제목 그대로다. 학교에서 성적 꼴찌인 학생들이 합숙하며

공부하여 성적을 올린다. 꼴찌탈출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악동클럽’은 시작할 때 이것을 꼴찌탈출 3편이라고 이름붙인 이유와 기획의도를

밝히는, 그리고 자화자찬이 섞인 자막을 올린다(올렸다). “방송 사상 최초로 음지의 무관심 속에 있던 아이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꼴찌탈출 시리즈는 전국의 수많은 꼴찌들에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신화를 이루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해 온 꼴찌탈출은 상당수 학생들이 공부 이외의 관심사로 갈등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들의 고민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꼴찌탈출은 잠재된 끼를 발산할 곳을 찾아 헤매는 학생들에게 그 꿈의 실현기회를 마련하고자 꼴찌탈출 1, 2회에 이어 꼴찌탈출 3탄을

출범하였습니다.” 악동클럽은 미국의 백스트리트 보이즈, 일본의 SMAP, 한국의 H.O.T를 목표로 슈퍼메가톤급 댄스그룹을 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5명, 일본에서 활동할 인원은 3명이므로 악동클럽의 최종멤버는 모두 8명이 될 계획이다.

오디션은 학교에 협조공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오디션은 지난해 12월28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았는데(방송은 전라도 지역부터

나갔다), 서울지역 2137명, 경기도 지역 1821명 등 거의 8천명의 청소년이 오디션을 보았다. 일주일 간격으로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충청도, 강원·제주도 지역 1차 예선, 2차 결선을 치렀다. 그리하여 전라도 7명, 서울 19명, 경상도 7명, 경기도 10명, 충청도

9명, 강원·제주도 9명, 총 61명의 최종결선 진출자를 확정지었다. 3월31일에는 추가예선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전국 각지에서 2천여명의

학생이 모였다. 방송사 앞 거리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들도 최종결선자에 합류하게 된다. ?월?일에는 3차 최종결선을 치렀다.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이 아니다. 이 합격자들은 합숙을 하고 두 차례의 오디션을 더 본다. 최종 멤버가 될 때까지 거치는 오디션은 그러니까 총 5번이다.

여기에 제작진은 지금 밝히기 시기상조라는 최종임무가 더 있다고 한다.

글로벌 프로젝트, 글로벌하지 않은 참가자

방송사가 마음먹었다면 H.O.T가 목표라는 것은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한 뒤에도 그들을 위한 꼭지를

지속하면서 그룹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god의 육아일기’처럼. 더 나아가자면 MBC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의 미래도 밝아

보인다. 당대 최고 그룹을 소유한 엔터테인먼트사가 무서울 것이 무엇인가. 악동클럽이 2001년 글로벌 프로젝트라, 그런 것 같다.

공정성은 기획사에서 치르는 오디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차피 주최쪽이 제시한 목적에 합당한 학생들을 뽑는 것이므로 공정성 문제는 뒷전일

수 있겠는데, 방송으로 점수가 나오고 그들의 실력을 전 국민 앞에서 모니터링하는 것이므로 이만큼 투명한 오디션도 없을 것이다. 공정성을

이야기하자면 몇 가지 문제삼을 수 있는 대목들- 그 자리에서 점수가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뒤에 편집과정을 통해 점수가 나오는 것이라든지,

확정, 유력, 위험, 희박, 탈락으로 표시되는 총점에 대한 결론이, 단어의 의미 차이(유력과 위험의 차이는 예컨대 89점과 90점의 차이다)만큼

대단치 않다라든지 하는- 이 있긴 하지만. 제작진은 지금까지 치렀던 모든 오디션의 점수표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구구절절 슈퍼메가톤이고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실상 ‘악동클럽’이 가장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은 슈퍼메가톤으로 보이지도

글로벌해 보이지도 않는 학생들 때문이다. 강원도 오디션, 믿음직한 큰형님같이 보이는 한 학생, “집이 딸기 비닐하우스를 하는데요, 눈이

오면 비닐하우스의 눈을 쓸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디션을 보러 왔습니다”(탈락)라고 말한다. 강원도, 동굴개장 기념으로 열린 댄스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한 학생이 참석한다.(탈락) 전라도 오디션, 성적이 어떠냐는 질문에 “제 뒤에 세명 있습니다. 공부가 싫은 건 아닌데 학교 끝나고

PC방도 가고, 운동도 하고, 여자친구도 만나다가 집에 들어가면 12시라서 공부하려 해도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결선 진출) 경기도

지역, “참가한 학생들이 시원찮아 보이네요, 심사위원 여러분을 직접 뵈니 삼삼하시네요”라고 또래답지 않은 말을 구사하던 학생은 <사랑하는

영자씨>를 멋들어지게 부른다.(탈락) 파란색 번쩍이는 옷을 입고 온 학생은 “제가 잘 나갈 때 구입한 것입니다”고 이야기한다.(탈락).

스매쉬라는 록그룹의 멤버는 그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는데요. 선배들이 지어놓고 졸업했거든요”라고 대답한다.(탈락)

“결선에 오르고 반장 됐어요”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순식간에 성장한다. 예선을 치르고 결선에 올라온 아이들, 그들은 그사이 많이 자랐다. 그리고 오디션이 그들을

변화시켰다. 세탁기 호스를 뽑아들고 마이크라고 들고 왔던 한 학생은 결선에 오르고 나서 무엇이 변했냐는 질문에 “반장이 되었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성적이 뒤에 세명이 있다고 한 학생은 어머니가 “꼴통 같은(자막으로는 꼴♥로 나감) 내 자식에게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꼴통 같은 아이들”에 대한 랩을 지어 부른다. 한 학생은 “제가 사람들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합격이 되든 안 되든 인생에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라고 어른스러운 답을 한다.

대부분의 그들은 지금까지 지기만 했다. 아이들을 패서 돈을 뜯어내고 빨간 스타킹을 얻어내지만 그건 뒷골목의 일이다. 술집 아줌마가 이름까지

외워 술집 앞을 지나가면 살갑게 수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은 학교를 벗어난 뒤의 일이다. 학생, 청소년이 지켜야할 본분의 뒷덜미를 잡아채고서다.

성적표 순위란의 숫자는 전체학생 수에 근접하고 학교수업은 먼산 아지랑이만큼이나 아리까리했다. 그런 그들에게도 오디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TV는 일반인 혹은 연예인의 이분법이 존재하는 곳이다. 악동클럽은 그 경계를 허물 것이다. 강타가 호영이가 계상이가 날 때부터 연예인이었나?

우리는 그들이 연예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구차하도다, 이 탐욕스런 시선이여.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오디션도

끝날 것이다. 만화 <오디션>의 끝날 것 같지 않은 오디션도. 오디션이 끝나면 달봉이나 래용이는 그것으로 끝이지만, 아이들은 자랄 것이고

시간은 지속될 것이다.

구둘래/ 객원기자 anyone@cartoon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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