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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세계, 엿보실래요?
2001-04-12

매직스, 에어볼륨 광고의 `용기`있는 시도

매직스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대한펄프 제품명 매직스 대행사 LG애드 제작사 주프로덕션(감독 지덕엽)

‘파격’이란 말로 상찬을 베푸는 것은 과하겠지만 ‘용기’ 정도는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뜻과 희망은 있으되 남들은

감히 엄두내지 못해온 일을 과감히 시도했으니 말이다. 속옷(특히 브래지어)이나 생리대 같은 여성용 제품은 생활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광고계에서

자유롭게 활개를 치지 못해 온 분야다. 고리타분하지만 상식적인 이유에서였다. 브래지어나 생리대를 성적인 코드와 연결하려는 발상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지만 광장에서 대놓고 말하기에 남세스럽다는 정서는 강력했다. 일단 모델 기용에서부터 벽이 있었다.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 데 쾌속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빅모델을 모셔오기가 쉽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얼굴을 내세우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이것이 자유로운

크리에이티브 발현에 일종의 장애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생리대 CF인 대한펄프의 매직스 광고와 브래지어 CF인 비비안의 에어불륨 광고는 암묵적으로 금기시해온 태생적 한계를 떨쳐냈다는 점에서 시선을

받고 있다.

매직스 광고는 고수라는 남성스타를 모델로 앞세워 성역파괴를 시도했다. 여성제품에 남성모델을 기용하는 역발상은 한때 유행처럼 번진 트렌드이기

때문에 그닥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금남의 영역에 침범하기에 다소 나이 어린 남자스타의 풋풋함을 활용해 신선한 배합의 효과를

살리고 있다.

매직스의 컨셉은 ‘부드러움’이다. 그리고 고수의 여자친구로 설정된 누군가도 부드러운 매직스를 사용하고 있는가보다. 생리대 광고가 애용하는

메시지 전달방식은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 즉 증명식이다. 고수 역시 인터뷰에서 답변을 내놓듯 친근한 화법으로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왈가닥인 자신의 연인이 한달에 한번씩 부드러워지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그 비결은 매직스에 있었다는 게 고수가 마치 자기 얘기처럼

증명하는 내용이다.

영상에도 성별이 있다면 매직스 광고의 화면은 여성이다. 정적인 분위기를 십분 살려 고수의 수줍으면서도 정직해보이는 표정을 포착한다. 고수의

입과 얼굴을 빌려 이 CF가 겨냥하는 타깃은 분명 고수의 얘기에 동화할 수 있는 20대 젊은 여성일 터. 광고는 고수의 옆자리에 빈의자를

배치해 그 의자의 주인은 광고를 보는 바로 당신이란 매혹적인 미끼도 던지고 있다. 아쉬운 사항은 용기있는 모델 기용에 비해 광고의 화법이

다소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워 심심한 뒷맛을 남긴다는 점. 부드럽다는 컨셉에 맞게 부드러운 분위기만 강조하다보니 생리대 광고와 청춘스타의 만남이

불편하지 않게 다가오는 반면 여성의 은밀한 세계에 접근한 남자의 도발적 매력은 날아가버렸다.

에어볼륨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비비안 제품명 에어볼륨 대행사 대홍기획 제작사 매스메스에이지(감독 용이)

비비안의 에어볼륨 광고는 섹시가수 박지윤 카드를 내밀었다. 무명모델의 활약장처럼 여겨져온 브래지어 광고에 이름있는 얼굴이 등장하기는 비너스

모델인 김규리에 이어 두 번째. 경쟁제품인 두 광고가 빅모델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도 흥미로울뿐더러 브래지어 CF가 선택한 모델이 하필 갓

성인식을 치른 꽃다운 나이의 여성인가라는 호기심도 자극한다. 광고계에 만연해 있는 어린 스타의 성숙한 이미지로 모델보다 높은 연령대의 타깃을

공략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증후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브래지어 광고에 출연하지만 브래지어를 착용한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그게 모델 계약을 맺을 때의 단서조항이고 시청자 역시 설마 그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에어불륨 CF에서 박지윤은 커리어우먼의 모습으로 제품의 장점을 야무지게 설파하는 비비안 소프라틱톡 광고의 김규리에 비해 신체적 매력을 적극

발휘했다. 에어볼륨이라는 제품이 실제보다 풍만한 가슴을 원하는 여성의 욕망을 겨낭하고 있는 만큼 광고는 ‘올려준다’라는 ‘업’의 개념을

주요 테마로 잡았다. 전개방식은 비유법을 채택했다. 마스카라로 길게 올라간 속눈썹과 하이힐로 종아리 근육을 팽팽하게 살린 다리를 차례로

보여준 뒤 섹시하게 몸상체를 움직이는 박지윤의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다. 가슴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의를 입은 채 무표정한 듯 감각적 표정을

짓는 박지윤은 에어불륨을 착용한 상태임을 간접적으로 알린다. 마무리 카피가 재미있다. ‘마지막 자존심, 에어볼륨으로 높였다.’

제작진은 이 광고를 여성의 자아실현을 표현한 여성해방 CF라 표현했는데 이 거창한 말에 동의하건 안하건 간에 예쁜 가슴과 자존심을 병렬배치한

발상은 의미심장하다. 세태반영에 결코 둔감하지 않는 광고의 속성을 고려하면 요즘 여성들에게 보이는 가슴과 보이지 않는 가슴은 일맥상통하고

있는 듯 하다.

조재원/ 스포츠서울 기자 jon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