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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앤서니 홉킨스 인터뷰
2002-10-28

옅은 카키색 점퍼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인터뷰장에 들어선 앤서니 홉킨스는 한니발 렉터 같지 않게,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그냥 지나칠 만큼 평범한 노인처럼 보였다. 행사 진행자들을 통해 “취지가 분명한 질문을 해달라”는 주문을 미리 해온 그였지만, 툭툭 내뱉 듯하는 말투를 빼고는 매우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영국에서 ‘경’(sir)의 칭호를 받았는데, 어떻게 불러주길 바라냐”는 질문에 “그냥 ‘토니’라고 부르든가 아니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니발 렉터 역이 세 번째인데, 스스로 원했는가.아니다. 제작자들이 내가 맡길 원했다.<레드 드래곤> 출연을 요청하면서 특별한 주문이 있었는가.→없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전보다 더 무섭고 광기어리고 더 잔인하게 보이려고 했다.그러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10년 전의 한니발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10㎏ 빼야 했다. 그게 나이가 들어서 쉽지가 않았다. 전문 트레이너의 말에 따라 하루 2시간씩, 천천히 운동을 했고 헬스클럽에서 조금씩 역기도 들고 많이 걸었다. (걸을 때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더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내게서 달아나기 바쁘더라. 음식도 줄이고 야채를 많이 먹었다. (채식주의자냐고 묻자) 절대 아니다.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브로컬리, 우! 한니발 캐릭터는 당신이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번에 젊은 감독하고 일하면서 그에게 요구한 게 있는가.

→브렛 래트너는 능력있는 감독이다. 어떻게 촬영할지, 배우들의 동선을 잡을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배우들의 의견도 잘 받아주었다. 촬영 첫날, 감옥에서 윌 그레엄을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내가 침대에 누운 채로 그에게 말을 건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브렛은 한번 해보자고 하더니, 받아들였다. 관객은 <양들의 침묵>에서 내가 조디 포스터와 대면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친숙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따뜻한 캐릭터에서 한니발 같은 악역까지 역할의 폭이 넓다. 힘들지 않는가.→<조로>를 찍을 때 “가장 늙은 조로가 되겠군”하고 생각하며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멕시코에 가서 말타기와 펜싱을 배웠다. 그곳의 코치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연습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빠르게 몰아붙였다. 그때 그동안의 연습이 힘이 돼 몸이 민첩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게 좋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에서 장면을 시각화해가며 연습하다가 촬영장에 나온다. 그러면 어려운 연기는 없게 된다.당신이 출연하는 로맨틱한 영화가 보고 싶다.→로맨틱한 영화 그런 게 있었나 (<남아 있는 나날들>을 대자)그건 아주 오래 전이고. 나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돼 사는 사람이다. (왜냐고 묻자)내가 원래 그렇다.지금과 같은 대스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꼽는다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운이다. 스스로 욕망과 열정을 가지고 하니까 행운이 따라온 것 같다. 몇년 동안 그저그런, 더러는 끔찍한(horrible) 영화들을 찍다가 영국에 가서 데이비드 린치의 <엘리펀트 맨>에 출연했다. 그리고는 다시 미국에 와서 ‘끔찍한’ 영화들을 찍고 있는데, <엘리펀트 맨>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조너선 드미가 찾아왔다. 그 영화를 봤더니 한니발 역에 내가 적격이라는 것이었다. 그에게 “엘리펀트 맨은 휴머니스트이고 한니발은 정반대 아니냐”고 물었다. 그가 “한니발은 뭔가에 잘못 휩싸여 그렇게 됐지만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답하는 걸 듣고 출연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내가 있게 됐다.▶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1]▶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2]▶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제작자 디노 디 로렌티스 인터뷰